* 성인 곤키르입니다.
* 사이코패스 AU입니다
* 감시관 곤/ 집행관 키르아 입니다
* 백숙님에게 선물!
---
‘사파이어 블루’. 말로만 들을 때는 너무나 아름다울 것 같은 색상이지만 그 색상을 가진 자의 말로는 너무나 비참했다. 사이코패스 지수 129. 아무리 정신적인 치료를 받아 봐도 더 이상 낮아지지 않는 수치와 더는 맑아지지 않는 색상을 가진 채 사회에 복귀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키르아=조르딕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지는 동류를 잡아 죽이는 일을 하는 것뿐이었다.
국가는 모든 국민의 정신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인 ‘시뷸러’를 발명하는 것에 성공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국민의 스트레스지수를 분석하여 이 사람이 미래에 범죄자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을 잠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이 지수를 사람들은 ‘사이코패스’라고 불렀으며, ‘사이코패스’지수가 100을 넘는 사람을 국가는 시민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잠정적 범죄자’로 판단되어 치료시설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혔다.
키르아는 태어났을 때부터 사이코패스 지수가 100을 넘어있었다. 그는 철이 들기 전까지 국가지정 건물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저 국가를 위한 사냥견이 되기 위해 훈련을 계속해서 받았고, 또래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 즈음에는 이미 성인들의 틈에서 잠정적 범죄자를 추적하는 일을 시작했다. 범죄자에게 처형을 내리는 일을 주로 하는 ‘집행관’.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진 키르아의 역할이었다. 환경 때문인가 그는 조숙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반복된 훈련 때문인지 비상한 머리를 지니고 있었다. 주위 성인들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신체능력을 지닌 그를, 형사과 사람들은 ‘괴물’이라 부르면서 존중하는 것과 동시에, 두려워했다.
‘다들 무서운 거겠지. 혹여 내가 나라를 배신했을 때에, 나를 잡아넣는 것이 힘들 것 같으니까 말이야.’
키르아는 훤히 보이는 어른들의 생각을 모르는 척 하는 걸 성가시다 느끼면서도 쉽게 적응했다. 아무도 믿지 않으며, 일에 집중하며, 이 이상으로 자신의 정신이 무너지지 않게. 그렇게 벽을 쌓으며 지냈다. 레일이 깔린 것처럼 정해진 인생을 살아가는 건 시간이 느리다고 느껴질 정도로 따분한 일이었기에 언젠가는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반항적이고 개혁적인 생각을 할 때마다 사이코패스 지수가 높아졌기 때문에 키르아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최대한 지워만 갔다.
“그랬을 터인데...”
울리는 알람에 키르아는 잠에 취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곁에서 부스럭대는 움직임에 고개를 돌리자, 같은 부서의 감시관을 하고 있는 곤=프릭스가 보였다.
“왜 곤을 만나버린 거지.”
오랜만에 어린 시절의 꿈을 꾼 탓일까, 키르아의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성인이 된 지금도, 그는 형사부서에서 집행관을 하고 있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사이코 패스 지수가 높은 사람들에게 총을 쏘았다. 기절하거나, 죽거나, 심하면 몸이 터지는 광경은 질릴 정도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키르아는 쌓여가는 하루하루를 익숙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그런 키르아에게, 나타나버린 것이다. 무감각하게 넘기는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만들어버린 쓸데없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은 청년이 말이다.
“곤, 일어나. 오늘 당직이잖아.”
“어.. 으응...? 그랬었나...”
작게 한숨을 쉬고 곤을 깨우자, 뒤척이다 웅얼거리며 그는 키르아의 허리를 감싸 안아 다시 잠을 청했다. 사랑받으며 자란 티가 역력한 움직임이었다. 자신이 사랑받을거라 의심하지 않는 것도 같았다. 몸에서 넘쳐흐르는 건강하고, 따뜻한, 노란색의 무언가가 자신의 몸으로 타고올라와 명치 아래가 꾹 하고 죄이는 기분에 키르아는 곤란한 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자신의 목이 붉다는 것을 눈치 챈 그는 베개를 들어 곤의 얼굴에 박으며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오늘 오후 2시까지야. 사이코패스 지수 꼭 확인하고 얼른 일어나라고.”
“치이... 키르아는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그런 소리만 하고 말이야...”
“그럼 따로 뭘 이야기해?”
“으음... 잘 잤어? 라던가?”
“그런 건 몸 상태를 보면 알잖아?”
“연인한테는 그런 말도 듣고 싶을 때가 있다고?”
한손엔 커피를 들고 키와 체중에 맞춘 식사대용 칼로리바를 입에 문 키르아에게 곤은 투덜거렸다. 키르아가 노려보자, 빙글 미소 지으며 튀어오르 듯 침대 아래로 내려와 그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놀란 키르아는 마치 고양이가 튀어 오르는 것처럼 어깨에 힘을 강하게 넣으며 몸을 웅크렸다. 그런 그의 반응이 좋은지 곤은 더욱 달라붙으며 그의 둥근 등에 얼굴을 박고 부볐다.
“응? 응? 키르아아~”
“야이... 지금 손에 뜨거운 거 있는 거 안보여? 작작하고 얼른 확인해보라고!”
애교를 부리는 곤에게 키르아는 당황하며 칼로리바를 든 손으로 그의 볼을 꼬집었다. 곤은 주인과 함께 있어서 기분은 좋지만 아픈 건 싫은 강아지처럼 동그란 눈을 빛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는 키르아는 확인했어?”
“나는 확인해도 나빠지기만 하지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그런가아~ 나도 어제랑 비슷할 거라 생각하는데.”
“혹시 모르잖아. 사이코패스는 감염된다고.”
“뭔가, 키르아 우리 엄마 같아. 잔소리도 좋지만 너무한다고?”
곤은 입을 비죽 내밀며 키르아에게서 떨어졌다. 키르아의 잔소리에 못 이겨 방에 설치된 홀로그램 AI를 불러 색상을 체크하자 낭낭한 기계음이 울렸다.
[현재 ‘곤=프릭스’님의 사이코패스 색상은 에메랄드 그린! 건강한 정신으로 오늘 하루도 만끽하도록 하세요!]
키르아는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표정을 보지 못한 곤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그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들었지? 걱정 안 해도 돼.”
“다행이네.”
키르아는 도리어 태연한 표정을 지어내며 칼로리바를 와작와작 씹어 넘겼다. 그런 키르아의 태도가 신경 쓰였는지, 곤이 추궁했다.
“뭐야 그렇게 관심 없는 표정으로. 먼저 확인해보라고 한건 키르아잖아?”
“잠정적 범죄자랑 같이 있는 정상인은 그것만으로도 국가에서 경고가 내려온다고. 정상인의 사이코패스 색상이 감염당해서 잠정적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잖아. 같이 있으면 사상이 감염되는 경우가 흔하니까. 하물며 우리는 연인사이이고 같이 살고 있는데 혹여나 네가 나의 사이코패스를 가져가버리면...”
“키르아-.”
동전이 뒤집힌 것처럼 키르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쌓이는 불안함에 말이 많아지는 그의 말을 끊은 곤은 복잡한 표정의 키르아를 보고 빙글 웃었다. 그는 마치 우는 꼬마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한달음에 다가가 키르아에게 팔을 벌렸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집행관인 키르아의 신체능력을 따라가고 싶어 훈련한 곤의 다부진 몸이 상대적으로 낭창한 키르아의 몸을 빈틈없이 끌어안았다. 천천히 춤을 추듯 양옆으로 몸을 흔들며 그의 볼과 귓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괜찮아. 나는 네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걸? 괜찮아. 키르아.”
“.......”
괜찮아. 곤은 볼을 부비며, 키르아가 안정되어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아줄 때까지 그렇게 키르아를 도닥였다.
'2 > 헌터x헌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리진/진패리 LET'S PLAY] (0) | 2018.04.06 |
---|---|
[패리치들] 애정 (0) | 2017.12.20 |
[드림/크라곰하] (0) | 2017.12.09 |
[드림/히소나인] 축제 (0) | 2017.11.28 |
[샤르마이] 연애가 좋은 이유 (0) | 2017.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