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곰하(@sogomha1) 님의 드림입니다. 설정오류나 캐붕 있으면 말씀 주세요 지우겠습니다
* 울려라 유포니엄 장면/대사 인용, 패러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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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항구도시. 배가 멈추면 익숙한 얼굴과 처음 보는 얼굴들이 물밀 듯 들어왔다가, 배가 떠날 때 즈음 사라진다. 밀물과 썰물 같이 오가는 사람들. 곰하는 그런 사람들에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곰 모양 머리띠와 꼬리와 귀여운 그녀의 외모는 마을의 마스코트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유명한 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어릴 때 잠시 만난 사람이지만, 짧은 기간만큼 깊게 마음에 들어온 사람. 그녀는 그 또한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항구에 새로운 배가 들어올 때마다 그녀는 항구 근처 시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가 떠난 지 몇 개월 후, 그녀는 배에서 내리는 익숙한 얼굴의 사람을 보고 만면에 웃음을 피우며 달려갔다.
“크라피카!”
“...! 곰하!”
곰하는 달려들었고, 크라피카는 놀라면서도 품을 열어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그렇게 한동안 둘은 떨어질 생각 없이 부둥켜안은 채 동상처럼 서있었다.
요크신으로 가기위해 준비하기 전, 크라피카는 연인인 그녀의 얼굴이라도 봐야겠다는 의무감으로 배를 탔다. 그녀의 안전을 확인한 후에 빠르게 돌아가려 생각하던 그의 의지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는 그녀의 웃음에 하루가 미뤄지고, 이틀이 미뤄지고, 일주일이 미뤄지게 되었다. 곰하는 그와의 생활을 너무나 기뻐했다. 그 또한 곰하를 볼 때마다 계속 갈아오던 복수의 칼날이 무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마음속에 따뜻한 것이 퍼져나갔다. 그럴수록 크라피카의 마음속에는 그녀의 곁에 계속 있고 싶다는 마음과, 울부짖고 있는 동포의 괴로움을 하루빨리 풀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섞여 점점 커져만 갔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다. 결국 그는 항구에서 배를 타기 위한 티켓을 끊었다.
“크라피카, 이제 갈 거야?”
“...... 응.”
“... 그렇구나. 응! 그럼 가기 전까지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테니까 맞춰주기다?”
곰하는 떠난다는 크라피카의 말에 여느 때처럼 웃어보였다. 크라피카는 미안하다는 듯 미소 지었다. 크라피카의 복수나,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어둠에 대해, 곰하는 자세하게는 알지 못했다. 항상 밝게만 지내주길 바라는 크라피카가 자신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고, 곰하 또한 그에게 묻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곰하가 알고 있는 것은, 크라피카는 동족에게 잘못한 누군가와 싸워야 한다는 것 정도뿐이었다. 크라피카의 동족인 쿠르타족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는,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알고 있었다. 그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녀또한 괴로워했고, 슬퍼했기에, 곰하는 그의 일이 안전하게, 될 수 있으면 빨리 이루어지기를 온 마음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데이트를 하자고 자신을 이끄는 곰하에게 자신의 팔 한 짝을 내어주고 그녀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크라피카는 그녀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입을 두어 번 뻐끔거리다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녀는 그런 크라피카의 표정을 보고는, 더욱 밝게 행동하며 평소보다 두배는 정신없게 그를 끌고 돌아다녔다. 제일 즐거운 데이트를 하자. 곰하는 자신을 따라 웃는 크라피카를 보며 걱정을 잠시 뒤로 미뤘다.
* * *
그날 밤, 곰하는 잠시 밤 산책을 하고 오겠다는 크라피카의 쪽지를 보고 그를 찾으러 나갔다. 늦은 밤의 바닷가는 조용했다. 파도소리가 들리는 둑 근처에서, 소금기 냄새가 나는 바람을 맞으며 크라피카가 서있었다. 쿠르타족 특유의 전통복장 덕에 멀리 있어도 그인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달빛을 닮은 그의 푸른 눈이 조용히 빛났다. 달빛을 바라보고 있기에 푸르게 보이는 것도 같았다.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한, 너무나도 쓸쓸하고 처연한 공기가 그의 주위를 두르고 있었다. 곰하는 그에게 섣불리 말을 걸 수 없었다. 조용히, 그의 뒤에서 그를 향해 다가가자, 크라피카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그의 입 꼬리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괜찮아?”
무엇에 대해 말하는 건지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물었다.
“응.”
크라피카는 대답했다. ‘둑은 위험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천천히, 둑에서 내려온 그는 근처에 있는 벤치에 가 앉고선 옆자리를 두들겼다. 크라피카의, 이전과는 어딘가 달라진 어른스러운 몸짓에 곰하는 숨을 죽이고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 크라피카는 그저 치고 빠지는 파도를, 어둠에 숨어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 물결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같이 멀리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한동안 둘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곰하는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있는 크라피카의 불안을 빨아들이듯 가만히 눈을 감았다.
“곰하.”
“응?”
“곰하는...”
크라피카는 어렵게 입을 뗐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표정을 보여주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크라피카의 뒷모습을 올려다보았다. 아름다운 금발이 달빛을 머금어 따스하게, 쓸쓸하게 찰랑였다.
“만약 내가 지면, 싫어?”
“크라피카..?”
크라피카는 뒤돌아, 앉아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싸우는 걸 포기하고, 계속 여기에 있으면...”
말하는 그의 눈은, 맑은 바다를 닮은 푸르름이 마치 석화된 것처럼 바래있었다. 곰하는 마치 처음보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를 올려다보았다. 곰하의 동그란 눈이 더욱 커졌다.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을, 그는 꽤나 차분하게 내려다보았다.
“... 싫어.”
대답하는 곰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싸울 것 마냥 그에게 소리쳤다.
“싫어!”
그녀는 마치 화난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크라피카가, 자신의 삶의 목적을 포기하려는 그의 허망한 표정이 너무나도 불행해보였기에, 텅 빈 소라껍데기 같았기에,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크라피카는 마치 인형처럼 되물었다.
“어째서?”
“크라피카는 특별해질 거잖아? 사람과 자연의 질서를 지키는 헌터가 될 거라고, 이전에는 그렇게 이야기 했었잖아?”
“...그러네.”
“크라피카는 다른 사람들이랑은 달라.”
곰하는 손을 그러쥐고 가슴위에 올리며, 진심을 다해 말했다.
“나에게 둘도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제일 존경하고 있어.”
“.......”
“유혹 같은 거에 휩쓸리면 안 돼! 그런 거 어리석잖아? 나는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있다고!”
“... 하지만.”
크라피카는 호소하는 곰하의 표정을 마주볼 수 없다는 듯 그녀의 발만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여기를 떠나서 목표를 이루면, 나는 네가 아는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게 될 수 있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쁜 짓도 하게 될 거야. ... 나쁜 사람이 될 거야.”
“괜찮아. 그때는 나도 나쁜 애가 될 테니까!”
크라피카의 시선이 올라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가려 하는 오염된 늪과도 같은 검고 질척한 심연을 그녀가 따라올 수나 있을까. 의문과, 의아함으로 그는 눈을 깜박였다. 자신의 앞에 있는 그가 어떤 사람이던 상관없다는 듯, 그녀의 녹색 눈은 마치 곤의 것처럼 맑은 각오가 담겨있었다.
“크라피카가 한 짓보다, 그 녀석들이 한 짓이 더 나쁘다고...”
맹세하는 곰하의 목소리는 강하면서도, 작게 떨리고 있었다.
“크라피카는 아무런 잘못 없다고 말할 거야. 그 녀석들한테 찾아가서, 크라피카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한테도 찾아가서, 크라피카한테 얼른 사과하라고, 말해주겠어!”
크라피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체력도 약하고, 평범한 일반인보다 조금 더 활기차기만 한 그녀가 환영여단에게 그렇게 말할 거라니. 당돌하면서도 뭘 모르는 것 같은 귀여움에 그는 그런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듯, 작게 미소 지었다. 일반인인 그녀와 헌터인 자신 사이에 있는 거리를 느끼면서도. 그는 조금 더 그녀와 대화하고 싶었다.
“정말로?”
거짓말이 서툰 곰하는 자신이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도 힘들다는 현실에, 뒤가 켕기는 지, 어깨를 한번 떨었다가, 시선을 피했다가, 조금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아마도...”
그게 뭐야. 크라피카는 곰하를 바라보다 푸스스 웃어버렸다. 그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마음을 정한 듯, 아까와는 다른 단정한 표정으로, 그녀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싸며, 크라피카는 곰하와 이마를 맞댔다. 평소의 크라피카야. 곰하는 달라진 그의 분위기에 안도하며 그의 푸른 눈을 마주보았다.
“나를 항상 생각해줄래?”
“응.”
자신의 볼을 감싼 크라피카의 손 위에 그녀는 자신의 손을 겹쳤다.
“배신하지 않을 거야?”
“만약 배신한다면, 크라피카가 나를 혼내주러 와.”
“정말로 갈 거야.”
진지한 크라피카의 말에 곰하는 웃었다.
“크라피카는 내가 배신하지 않아도 올 거잖아? 알면서 하는 말이야.”
“왜냐하면 이건, 사랑의 고백이니까.”
그녀는 속삭였다. 크라피카의 벅찬 시선이 그녀를 눈에 담았다. 곰하의 녹음이 담긴 눈이 크라피카만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얽히듯 섞였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싸늘하면서도 달빛과 섞여 부드러웠다.
크라피카는 웃었다. 지금까지 본 그 어떠한 미소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이었다.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흡혈귀가 내려온 것 같은 그 미소에, 곰하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해도 그의 품에 안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싼 크라피카의 손이, 천천히, 강인하게 그녀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가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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