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라] 트라우마04

Posted by 2/페달 : 2015. 9. 22. 20:34

* 겁쟁이 페달 신카이 하야토x아라키타 야스토모

* 00화 - http://shuka7108.tistory.com/33

* 01화 - http://shuka7108.tistory.com/36

* 02화 - http://shuka7108.tistory.com/46

* 03화 - http://shuka7108.tistory.com/51


-


 화면이 꺼진 검은 배경화면을 바라보다가 노트북을 닫았다. 쾌감의 여운의 끝에 피곤이 몰려왔고. 나는 육체적 피곤과 정신적 피곤이 이리저리 섞인 멍한 정신상태로 그대로 잠에 곯아떨어졌다.


 증상이 재발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다시 왼쪽방향으로 사람을 추월하지 못하고 있다. 연습량은 주위에서 너무 열심히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 확실하게 채우고 있지만. 집에 돌아오면 피곤에 쌓여 야스토모에게 연락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곯아떨어질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나의 슬럼프는 해결되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 필사적으로 연습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서 야스토모를 보지 못하는 주중에는 일부로 모든 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빼곡하게 채워 넣고, 필사적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쓰러질 정도로 피곤하지 않은 날에는, 졸릴 때까지 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한다. 그러다보면 가끔은 밤을 새울 때도 있다. 팀별과제를 할 때도 일부로 조장역할을 맡고,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아도 왜일까, 스트레스에 면역이 된 걸까, 기계적으로 모든 상황을 바라보게 되었다. 조금씩 웃을 일이 줄어드는 기분이 들었다.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세계가 회색으로 바뀌는 것 같은 그런 기분.


 야스토모를 만나면 즐거워질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요즘, 웃지 않는 군.”

 “아아. 그런가?”


 나는 이제 주이치와 단 둘이 있어도 입 꼬리가 올라가지 않는다. 에너지바를 씹느라 발음이 어눌해지는 것을 주이치는 잘 알아들었다.


 “자전거. 이젠 즐겁지 않은 건가?”

 “아니. 자전거는 즐거워.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생각해 왔으니까.”

 “너의 표정은 지금 전혀 즐거운 표정이 아니다. 그리고 너의 실력은 늘고 있지만 어딘가 예전과는 다르다.”

 “어디가?”

 “하코네에서 달렸을 때보다 평범해지고 있다.”


 무슨 말을 하려나 했더니. 피식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역시 주이치는 특이한 것을 좋아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런 주이치가 나를 이전처럼 보고 있지 않다면, 나는 점점 이 수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이 쎄하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평범한선수야 주이치.”

 “너의 욕심이 없어지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너는 여전히 최강의 스프린터다. 하지만.......”

 “알아. 주이치. 나는 점점 가라앉고 있어.”


 고개를 돌려 주이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걱정이 서린 검은 눈동자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계속 주이치를 바라보자, 손을 올려 나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겼다. 꽉 쥐었다가, 손을 내렸다


 “아라키타는, 이런 너의 모습을 알고 있나?”

 “.......”


 시선을 피했다.


 “......네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면, 그걸로 괜찮겠지.”


 주이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는 등을 돌렸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꺼내 외워버린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 다이얼이 짧게 지나고,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학교 아니야?”

 “. 야스토모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 그러냐. 밥은?”

 “아까 먹었지.”

 “너무 무리하지 말고. 내일 집에 올 거야?”

 “그렇긴 한데... 오늘따라 유난히 자상한 걸? 조금 감동받을 거 같아.”

 “......!”

 “하하. 욕 듣기 싫으니까 얼른 끊어야겠다. 야스토모도 오늘 잘 지내고 내일 봐.”


 야스토모는 조금 뜸을 들이다 성의 없이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도, 전화를 끊고는 검게 변한 액정을 바라보았다.


 액정에 비친 나의 얼굴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이상하네. 굳어버린 얼굴근육을 손으로 쓸었다.




-


조금씩, 조금씩..

'2 > 페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아라] 지하철에서 화해하기  (0) 2015.09.24
[나루미도] 아이스크림은 녹으면 아깝다  (0) 2015.09.23
[신아라] 트라우마03  (0) 2015.09.21
[이시미/R18] 쓸모없는 너의 일.  (0) 2015.09.20
[신아라] 트라우마02  (0) 201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