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겁쟁이 페달 신카이 하야토x아라키타 야스토모
* 00화 - http://shuka7108.tistory.com/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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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평범하게 말하면 꽤나 흔하다고 느껴지는 병명이다.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자주 겪는 질환이고, 평범하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마음을 평온하게 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나는, 3학년 여름의 인터하이를 겪으며 그 현상을 극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극복’이라는 것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마음속 어딘가에, 그때의 일이 깔려있다. 토돌이에 대한 미안함 같은 그런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아니, 물론 그것도 중요한 감정이지만.
가만히 있으면 그때의 일이 조금씩 선명하게 떠오른다. 길을 걷다 옆에 있는 수풀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라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몸이 멋대로 굳어버린다.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뭔가 튀어나와서 앞을 빠르게 지나가면 토돌이 엄마의 시체가 그대로 내 앞에 쓰러져 있는 것 같은 환상이 보인다. 손이 떨리고, 발을 앞으로 내딛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더욱 할 일에 집중했다. 공부를 하고, 로드를 타고, 야스토모와 더욱 열심히 사랑한다. 나는, 하코네에서 야스토모와 토도와 주이치 덕에 여러모로 용기를 받았고, 특히 야스토모는 마음 한 조각까지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고 있다. 연락 한번만 하면 짜증을 가장하면서도 나를 걱정해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종의 구원이다. 내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주이치나 다른 팀 멤버들의 기대를 져 버리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무리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들키지 않았다면 애써 나의 문제를 모두의 문제로 확산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미친 새끼가. 그걸 왜 지금 여기서 이야기 하는 건데.”
모니터 밖에서 보이는 야스토모의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하하... 그런가. 이번 주 지날 때까지 기다리고 얼굴 보면서 할 걸 그랬나?”
“...... 그렇게까지 기다릴 필요까지는 없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 때 그 때 해주는 게 나야 편하지만...”
웃으며 바라보자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하며 말을 흘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뭘까. 습관적으로 무서워질 때마다 야스토모를 찾는 나의 모습이 조금씩 기계적으로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야스토모를 사랑하고 있다는 이 감정은 그저 의존하고 싶어 하는 나의 약함일 뿐이고 사랑으로 포장된 게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가끔 들고 있다. 조금씩이지만. 무뎌지는 것 같다.
“뭐야. 너. 스카이프 걸었으면 말을 해. 나 지금 과제하느라 바쁘단 말이야.”
“야스토모.”
“엉?”
“자위하는 거 보고 싶어.”
에이, 설마. 술렁이며 마음을 채우는 생각을 떨쳐내며 입을 열었다.
“무.. 뭐?!?”
갑작스러운 말이었는지 얼굴이 화악 붉어지며 나에게 되물어오는 야스토모를 빤히 바라보자 내 시선을 견딜 수 없는지 입을 다물고선 주위를 살핀다. 룸메이트라도 있는 걸까. 잠시만 기다려. 라고 말하고는 자리를 뜨더니 문을 잠그는 소리가 났다. 진짜 할 거야? 도리어 이쪽이 놀라 묻자 니가 보고 싶다며! 라고 쏘아붙인 야스토모는 노트북을 들고 침대위로 올라가 앉았다.
“룸메이트. 밖에 있지 않아?”
“어. 그래서 뭐. 안 해주면 너 자기 싫다고 떼쓸 거 아냐.”
“뭐어... 그렇겠지?”
묘하게 이성이 끊어진 건지 눈가가 붉어진 야스토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씨익 웃더니 바지로 손을 가져갔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나는 날개 죽지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름에 숨을 죽였다. 이어 이어폰으로 귀에 바로 꽂히는 옅은 신음에 야스토모의 손놀림을 따라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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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야시꾸리하지만 구금까지는 아니라 생각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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