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송님과의 연성교환으로 쓴 단히소 입니다
* 진심으로 빡쳐서 싸우는 단히소입니다.
* 사망한 시체묘사와 고어요소가 있습니다.
-
문을 여는 순간, 클로로는 생각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난 작은 달걀이 있었고,
그것이 방금 떨어져 깨졌다는 것을.
가구가 많이 없는, 벽이 무너져 철근이 드러난 건물의 문이 열리자 피에서 나오는 특유의 철 냄새가 코를 꽉 막았다. 진동하는 악취는 어떤 사람의 눈살이라고 해도 찌푸리게 하기 충분했지만, 클로로의 표정을 일그러지게 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5평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방에는 널부러진 고깃덩이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게져 있었다. 배에서 내장이 터져 나온 여성. 보이는 대부분의 관절이 이상한 모양으로 꺾인 남성. 몸의 구멍이란 구멍이 찢겨 붕대와 함께 해체된 인간. 그들의 몸에 새겨진 검은 거미는 피부 째로 도려내져 벽에 찰싹 붙어, 전시되어있었다. 방이 좁기에 상황의 괴기함은 증폭되었다. 붉음과 검은색과 살색과 회색이 이리저리 이지러져 공간이 왜곡되는 것 같았다. 마치 뭉크의 절규하는 사람이 옆에 천장에 걸려있는 것 같았다. 외면하려고 해도 보이는 노골적인 악의는 너무나 적극적으로 클로로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시체들의 정중앙에 있는 남성은 자신의 인기척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다. 도리어 알아채줬으면 좋겠다는 듯, 싱글싱글 웃으며 손가락을 지휘하듯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히소카의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는 클로로의 표정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싸늘하게 굳어있었다. 죽은 사체 같기도, 눈꺼풀이 닫히지 않는 서양식 인형 같기도 했다.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버려 사고가 정지된 클로로는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 방의 안으로 들어왔다.
“정성스럽게도.”
클로로의 첫마디는 공간이 타버릴 정도로 싸늘했다.
⬖⬗⬘⬙
애써 돋울 필요도 없을 정도로 화가 난 클로로를, 히소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 힘냈어♥”
칭찬을 바라는 고양이처럼 당당한 어투로, 그는 자신의 팔에 남은 누군가의 손톱자국을 넌지시 보여주었다. 생을 찾으며 필사적으로, 붙잡은 살점을 뜯어낸 자국이었다. 히소카의 발치에는 단정한 동료의-동료였던 누군가의 손톱이 자신의 악력에 버티지 못하고 벗겨져 떨어져있었다. 세심한 손길이 자랑이었던 그녀의- 아니.
이미 사라진 사람.
그것을 바라보는 클로로의 눈동자는 검게 가라앉아있었지만. 취향에 너무나 맞지 않는 누군가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 했다.
“최근, 여단의 지시를 무시하는 행위를 보이긴 했었지.”
히소카가 대답할 여지를 주지 않는 클로로의 문장은 실타래가 풀리는 듯, 하지만 천천히, 또렷한 발음으로 나왔다. 한마디 할 때마다 한발자국씩 다가가며. 클로로는 자신의 살기를 숨기지 않았다.
“죽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을 때도 쓸데없이 사람을 죽이고.”
“오지 말라고 하는 장소에 나타나는가 하면.”
“이전에는 분란이 일어났을 때 여단의 룰을 무시하고 전투까지 끌고 갔었지.”
“응, 그랬지♦”
“그때까지만 해도 여단은 유지되고 있었어.”
“-♥”
클로로는 노부나가였던 고기를 발로 밀어 치우는 히소카를 바라보았다.
“너는 환영여단의 단장과 싸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나? 히소카”
클로로의 물음에 히소카는 선생님의 말을 흘려듣는 불량한 학생처럼 개구진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게. 어떨까나-♣”
클로로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반들거리며 빛나는 그의 노란 눈이 무언가를 생각하듯 이리저리 굴러가다 재미있는 생각이 난 듯 딱 멈췄다.
“아♦”
“환영여단이라는 게, 있긴 있었나?♥”
홀로 남은 클로로=루실후르의,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커다란 금고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쾌감에 히소카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클로로는 웃지 않았다.
“-그러게.”
클로로는 자신에게 보여주려는 듯, 느릿하게 자신의 팔을 걷었다. 자신에게 알려주려는 듯 새겨진 거미문양 속에 있는 숫자는, 0, 이었지만.
“거미는 하나라도 살아남은 한 죽지 않아. 그게 거미의 룰이니까.”
시원하게 생각을 정립한 클로로의, 아무런 미련이 없는 가벼운 미소는 히소카의 웃음을 단숨에 앗아갔다. 언제나 그는 그랬다. ‘자기 자신’을 정립하지 못하고, ‘환영여단’안에서의 자신만을 소중하게 품고 있었다. 죽은 물고기 같은 눈을 가지고선 안 그러는 척 하는 모습이, 얼굴 가죽을 모두 벗겨버리고 싶을 정도로 짜증났었다. 그만큼 사랑스러웠다. 그렇기에 그를 자신의 취향으로 바꾸고 싶었다. 그가 있을 장소를 모두 없애버리는 과정은 자신에게 얼마나 즐거웠을지, 그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이 사랑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히소카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한번 찼다가, 목을 두어 번 꺾으며 두둑, 하는 소리를 울렸다가, 클로로를 죽이기 위해 전투자세를 잡았다.
일련의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클로로는 사무적인 몸짓으로 도적의 극의를 꺼냈다.
건조한 표정의 두 사람이었지만, 살기는 너무나 사적인 분노를 담고 있었다. 이상하게 웃길 정도였다. 둘 다 ‘나 답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그 생각을 밀어내고 새로운 생각을 억지로 끼워 넣었다.
‘앞에 있는 걸 죽이자.’
라고.
'2 > 헌터x헌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영여단] 당신의 원한, 풀어드립니다 02中 (0) | 2018.05.27 |
---|---|
[환영여단] 당신의 원한, 풀어드립니다 02上 (0) | 2018.05.22 |
[드림/렉시진] 악몽을 꿨어요 (0) | 2018.05.20 |
[드림/단리에] 츄루리라 츄루리라 땃땃다 (0) | 2018.05.15 |
[패리진] 담배는 만병의 근원 (0) | 2018.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