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님이 리퀘해주신 키스하는 패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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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스톤은 검붉은 융단 위를 느긋하게 걸었다. 헌터협회 건물 최상층은 주요간부들의 개인실이 있기 때문일까, 비즈니스회사느낌인 다른 층과는 다르게 고급 호텔 같은 폐쇄된 분위기를 풍겼다. 적어도 트리플헌터인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해당 층을 이용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패리스톤은 그중 하나였다. 협회 그 자체를 한손에 쥐고 있다시피 한 그에게 협회건물은 자신의 집과도 같은 곳이었다.
언제나 사람 좋아 보이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협회건물을 활보하는 그의 모습은 그곳의 직원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그날따라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은 모두 의아해했지만 자신의 의문을 당사자에게 물을 정도로 신경이 두꺼운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 시선을 나누며 입을 꾹 다물었다.
패리스톤은 한 일자 모양으로 굳게 닫힌 입술과, 재미없는 연속드라마를 보는 것과도 같은 마른 눈으로 최상층을 걷다 한 방 앞에 섰다. 그의 개인실이 아닌, 누구의 이름도 적혀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밀폐성이 매우 높은 방일 텐데, 굳게 닫힌 문의 가장자리에서 스멀스멀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떤 일을 접해도 놀라지 않을 패리스톤의 한쪽 눈썹이 작게 꿈틀거렸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문을 두들겼다. 누구의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알고는 있었는데 말이죠.’
그는 문고리를 잡고, 이번에는 주저 없이 돌려 밀었다. 훅 느껴지는 자욱한 공기에 눈이 매웠다. 그의 미간 사이에 아주 옅은 주름이 생겼다가, 다시 펴졌다.
“이상한 향이 나는 담배네요. 진씨.”
연기의 중앙에 있는 소파에 질펀히 앉아있는 진을 바라보며, 패리스톤은 경쾌하게 입을 뗐다. 진의 푹 패인 눈이 패리스톤을 바라보았다.
“호기심에 손을 댄 소수민족의 담배가 최면효과가 있는 넨이 담긴 강력한 마약이었다니. 이렇게 웃기고 재미없는 일이 있을까요.”
진의 커다란 눈은 깊게 가라앉아있었다. 그의 눈 아래는 그림자가 머물고 있는 것처럼 짙었고, 연기를 자주 접한 입술은 바싹 말라있었다. 잔뜩 취한 그는 패리스톤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그를 바라보았다가, 성가시다는 듯 시선을 느릿하게 피하며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의 입술은 침으로 눅눅해진 종이를 물었다. 연기만 새어나오던 검은 담배 끝이 붉게 빛나고, 이어 폐까지 깊게 내려갔던 연기를 머금듯 그는 입을 다물었다. 패리스톤은 그의 손목을 잡아 더 이상 피지 말라는 듯 그의 손을 자신의 쪽으로 끌었다. 재미가 없어. 인형 같은 당신은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야. 패리스톤은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살벌하게 속삭였다.
“슬슬 금연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진은 패리스톤을 바라보았다가, 비릿하게 씨익 웃었다. 그는 짙은 연기를 그의 얼굴에 훅 뱉었다. 킬킬거리는 중년의 경박한 웃음이 이어졌다. 패리스톤은 불쾌감밖에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그의 손가락에 걸린 담배를 한손으로 쥐어 끄고는 그의 파삭거리는 입술을 잡아먹듯 훔쳤다.
“-.!”
그의 입안은 마약과 담뱃잎의 냄새로 맛이 없었다. 약에 찌든 그의 숨을 들이 마시자, 머릿속을 얇은 침으로 찌르는 것 같은 옅은 아픔이 느껴졌다. 패리스톤은 멀어지려는 의식을 자신과 일부로 분리하며 자신의 힘에 저항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그를 밀어붙이듯 깊이, 더욱 깊숙이 입을 맞췄다.
혀가 얽히고 이빨이 다닥다닥 부딪혀 거슬렸다. 팔을 붙잡는 진을 무시하며, 그의 뒷목을 잡고는 그의 숨이 가빠져도 연신 입술을 퍼부으며 패리스톤은 그를 몰아붙였다.
“응.., 으응, 후으.. 흐응..!”
점막의 연속적인 마찰에 진은 신음을 참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느릿하게 패리스톤의 어깨에 두 팔을 걸치는 그의 모습에 패리스톤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보가 되어버린 맥없는 그의 표정을 바라보다 그의 목에 이빨을 세웠다.
“아윽-!”
“오랜만에 저의 화를 제대로 돋우셨군요. 진씨.”
"..-?"
"제 화가 풀리면 제대로 끊어주셔야겠어요. 이거."
"이 담배의 소수민족을 처리하는 것도 생각해봐야겠어요."
"당신이 제정신으로 돌아온다면 저를 용서치 않겠지만."
패리스톤이 무슨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진의 앞에서, 패리스톤은 광기에 찬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연기로 자욱해 조금은 더운 방 안에서 밀착한 몸을 더욱 문지르며, 패리스톤은 진의 목을 쥐듯 감쌌다가, 그대로 그의 턱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는 그의 입술을 잡아 뜯듯 입술을 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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