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유희왕'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5.06.20 [야미진] 최악의 룸메이트
  2. 2015.06.20 [숙주안예] 악의없는 사랑
  3. 2015.06.20 [카이야미] 봄비
  4. 2015.06.20 [마리마리] 광기
  5. 2015.06.19 [야미진] 깨달음

[야미진] 최악의 룸메이트

Posted by 2/유희왕 : 2015. 6. 20. 12:31

 유우기는 계속해서 들려오는 아템의 음성에 미간을 찌푸렸다시험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은 초조했지만아까부터 아템의 심심하다는 말이 귀에 박혀 아무리 무시해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조금만 조용히 해달라는 말에도유우기의 룸메이트인 아템은 그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아이보심심해.”

 “그러니까나 지금 시험공부 중이라니까.”

 “그렇지만 내가 심심한걸.”

 “너는 시험공부 안 해?”

 “...... 왜 해?”


 그럼 그렇지요위대한 아템님수업과 과제만 모두 끝내면 이상하게도 A+을 맞아버리는 부동의 천재 과탑님교수님의 총애를 받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나 학점을 잘 받으시는 건지 이 천민은 알 도리가 없습니다요유우기는 아템과 대화를 하면서도 눈을 전공 책에서 떼지 않았다평소의 아템은 너무나도 좋은 룸메이트이고 자신을 항상 배려해준다하지만 왜 항상 이럴 때만 자신을 못살게 구는 건지 유우기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그야 평소 같았더라면 치킨이나 짜장면이라도 시켜서 같이 먹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겠지만지금 유우기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등 뒤에서는 계속 아템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침대에 앉아 베개를 안았다가이불을 뒤집어썼다가바로누웠다가유우기를 바라보며 엎드리기도 했다산만했다유우기는 평소 자신의 참을성이 나름대로 뛰어나다고 자부하던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아템의 끈질김은 유우기의 참을성을 날려버리고도 남을 정도로 강력했다결국 유우기는 폭발하고야 말았다.


 “자꾸 그렇게 공부 방해하면 독서실 가버린다!”


 뒤돌아 아템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외친 한마디이렇게 자신의 목소리가 크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유우기는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침대 위에서 앉아있던 아템도 유우기와 마찬가지로 놀라양반 다리를 하고 베개를 껴안은 포즈 그대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정적이 찾아온 방 안아템은 웃었다그리고 말했다.


 “이제서야 나를 똑바로 봐주는구나아이보.”


 짜증과 당혹감으로 살짝 붉어져있던 유우기의 얼굴은 아템의 말을 돋자마자 순식간에 달아올랐다그러고 보니오늘 하루 종일 바빠서 아템의 눈을 보고 말한 적이 없었다.


 “미안해이제 조용히 할게.”


 미안함에 조금 숙연해진 유우기는 아템의 말에 정신이 퍼뜩 들어알았다고 웅얼거리며 자리에 앉았다아템은 귀까지 붉어진 유우기의 뒷모습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지금까지 공부한 걸 다 까먹어버린 유우기의 소리 없는 고뇌를 전혀 모르는 표정으로그는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End

'2 > 유희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숙주안예] 악의없는 사랑  (0) 2015.06.20
[카이야미] 봄비  (0) 2015.06.20
[마리마리] 광기  (0) 2015.06.20
[야미진] 깨달음  (0) 2015.06.19
  

[숙주안예] 악의없는 사랑

Posted by 2/유희왕 : 2015. 6. 20. 12:18

*잔인합니다.



 항상 바라봐왔던 그는 나를 알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철이 없는 건지 원래 성격인건지그는 동네 골목을 걸어 다니며 마주치는 사람 모두에게 시비를 걸었고이런 행태로 인해 근방에서 유명한 문제아였다아마도 평소에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보다 나이가 많은 나도 언젠가 그의 주먹에 얼굴을 맞은 것이 있었다그 순간그의 살결이 나의 몸에 닿은 것만으로도 행복해 나의 몸에 전율이 흘렀다는 것을 그가 알았다면그는 나를 변태라고 생각했을까아마 사람취급도 안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도 흥분되는 일이다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그의 이름은 마리크’. 이집트에서 왔기 때문에 전학 초창기에는 많이 겉돌았다고 추정된다그래서 그런 짓을 하고 다닌 것일까패거리를 만들고 힘으로 사람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그는 이곳에 적응한 것 같았다그리고 나는 그를 계속 지켜봐왔다그의 집이 우리 집 근처였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자주 눈에 띈 것도 있었지만 홀로 아무도 믿지 않는 것처럼 청소년기를 보내는 그를 지켜보면서 그를 보듬어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어느덧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차마 말은 걸 수 없었지만그를 계속 지켜보면서 마음은 깊어져만 갔다.


 생각지도 못하게그를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그는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 전봇대 아래에 주저앉아있었다내가 가까이 다가가도얼굴을 쓰다듬어도 그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지쳐 정신을 잃고 있었다몸 여기저기에 입은 찰과상과 머리에서 흐르고 있는 피를 보아선 아마 그의 곁에서 반쯤 깨져 굴러다니고 있는 맥주병으로 머리를 세게 맞았을 거라 생각했다나는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


 

 마리크는 생소한 곳에서 정신이 들었다하지만 눈이 떠지지 않아 당혹스러웠다머리에서부터다리까지 이어지는 욱신거림은 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듯 했다그는 일단 진정하려 노력했다머리 아래에는 푹신한 베개의 느낌이 들었고 몸을 빈틈없이 덮고 있는 부드러운 이불이 포근했다몸을 일으키자 매트리스가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조금 움직였다처음 맡아보는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감도는 공간이곳은 자신의 집이 아니었다손을 들어 머리를 매만져보니 붕대로 추정되는 천이 눈과 이마를 감고 있었다뾰족한 자신의 머리칼이 붕대 사이로 삐져나온 것을 느끼고 꽤나 이상한 꼴이라 생각했다상황파악을 천천히 하고 있을 때어디선가 경칩소리가 들렸다.


 “깼네요.”


 친절하고 따스한 목소리그것은 자신을 바쿠라라고 소개했다마리크는 길거리에서 쓰러져있던 자신을 집에 들이고 치료해준 것이 바쿠라라는 것을 그의 설명을 통해 알게 되었다하지만 마리크는 바쿠라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냐.”

 “안심해요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으니까.”


 악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에 마리크는 얌전해졌다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한 바쿠라는 마리크의 눈이 유리조각에 의해 찢어졌기 때문에 당분간은 붕대를 풀지 말라고 말하며 천천히 마리크의 침대에 다가가 걸터앉았다시각이 봉인된 상태에서 마리크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의사인데 왜 병원이 아니라 집으로 끌고 왔냐고 추궁하니병원에 입원하려면 병원비와 함께 신상정보를 기입해야 하는데보호자에게 이런 일을 알리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는 바쿠라의 배려 섞인 말이 돌아왔다마리크는 곧 조용해졌다. 아까 전부터 풍기던  맛있는 냄새가 그의 허기를 자극했다.


 “배고플 거 같아서 죽 만들어왔어요얼굴 여기저기가 부어서 씹기 불편할 것 같았거든요샌드위치 같은 게 혼자 먹기에는 편할 것 같지만...... 그래도 갑자기 앞이 안보이면 아무것도 하기 힘드니까요.”


 먹여드릴게요친절하지만 어딘가 거부할 수 없는 음성이 마리크의 귓가를 간질였다남에게 무언가를 받아먹는 것은 꺼림칙했지만바쿠라의 끈질긴 기다림에 마리크는 힘겹게 입을 벌렸다.



*



 그를 내 집에 들인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내가 그의 몸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아직도 그는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붕대를 풀어도 그는 영영 앞을 보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나 없이는 혼자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나는 그의 점심식사를 들고 방문을 열었다나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 그가 무의식적으로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을까그가 있는 방의 벽천장그리고 가구 이곳저곳에는 그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는 것을그는 알고 있을까그의 침대 맡 선반에는그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액체에 잠겨 헤엄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을까자신의 눈 속에 들어있는 것은 의안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을까알게 된다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자존심과 생소함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에 나를 밀어냈지만 순순히 그를 방치해두자 이젠 오히려 내가 그의 곁에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하는 눈치다그런 그의 서투른 감정표현과 무지함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그가 잠들어있을 때매일 밤 그의 얼굴을 지켜보며 황홀해하는 일상은 영원히 반복해도 질리지 않을 것만 같다나는 더 이상 그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오늘 밤은 그를 가지고 싶어약간의 미약과 수면제를 넣은 음식을 그의 입가로 가져다 대자 순순히 받아먹는 입술이 귀여웠다사랑해요 마리크나는 그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End

'2 > 유희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미진] 최악의 룸메이트  (0) 2015.06.20
[카이야미] 봄비  (0) 2015.06.20
[마리마리] 광기  (0) 2015.06.20
[야미진] 깨달음  (0) 2015.06.19
  

[카이야미] 봄비

Posted by 2/유희왕 : 2015. 6. 20. 12:11

*미나미 마키의 '봄비'를 원작으로 패러디했습니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꿀꿀한 날씨의 교정은 공기마저도 축축 쳐졌다그런 분위기 사이로 아템은 두 팔을 앞뒤로 휘두르며 씩씩하게 복도를 걸었다불만투성이인 얼굴에는 곧 분노까지 자리 잡을 것처럼 보였다평소라면 유우기의 안에 얌전히 앉아있었겠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파트너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꼭 수업시간 전까지는 도로 들어갈게파트너에게 속삭인 아템은 옆 반의 뒷문을 거칠게 열어 재꼈다.


 “카이바 세토이제 승부를 낼 때가 왔다!”


 자신의 자리에서 책을 읽던 그는 유우기의 목소리가 아닌 아템의 목소리가 들린 것에 놀라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카이바 세토그는 아템의 연인이다.


 “왜 저 녀석이 지금...!”


 카이바는 아템의 승부선언을 들었음에도 그 마음에 있던 승부욕이 모두 어딘가로 날아간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앞문으로 도주했다아템의 미간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카이바 세토는 아템의 연인이다하지만 남자친구가 된 이후로그는 아템을 피해 다니고 있다카이바의 행동변화는 아템을 포함한 주위의 인물까지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아템은 이런 카이바의 행동이 계속되면 될수록 속이 끓었다.


 사귀기 전에도 카이바는 항상 개인적이고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며 자신에게 다른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경계했다그런 카이바를연인이 되면 마음껏 만질 수 있을것이라 아템은 생각했고 그런 순간을 기대했다하지마 카이바의 고백을 수락하자마자 그는 전력으로 아템을 상대해 주지 않았고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내 오늘은 너를 꼭 만지고 말 것이다카이바!”


 아템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펼쳐놓은 듀얼디스크를 접고 카이바를 뒤쫓았다카이바와 아템의 공방은 이전에도 자주 있던 일이기 때문에 안즈나 죠노우치는 쟤네들 또 저런다면서 아템을 말리기 위해 그 둘을 쫓았다아템은 사실카이바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뻤고 행복했다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아마도 카이바는 해외의 대학교에 가거나 회사 일에 더욱 집중한다거나 하면서 자신과 더욱 멀어질 것이라는 불안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손도 잡을 수 없이 끝나버릴 관계라면아템은 이 관계에 전혀 만족할 수 없었다한참 도망과 추격이 계속된 끝에아템은 카이바를 복도의 구석으로 몰 수 있었다더 이상 도망갈 곳이 보이지 않지 카이바는 혀를 찼다.


 “... 여기까진가...!”

 “후후카이바이제 순순히 나에게 만져지는 게 좋을 거다.”


 구석에 몰린 카이바는 식은땀을 흘리며 의기양양한 아템을 바라보았다그 뒤에 서있는 안즈나 죠노우치는 아템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손도 안 잡는 게 무슨 사귀는 거냐며 카이바에게 질타를 퍼부었지만 카이바는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했다아템은 카이바를 향해 한발자국 다가갔다그러자 카이바는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며 기겁했다아템의 주먹이 분노로 인해 부르르 떨렸다.


 “왜 그렇게 나한테 만져지는 게 싫은 거냐 카이바혹시혹시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냐?”

 “.... 그게 아니다나는 빨리 너를 만지기 전에 어른이 되어야 한단 말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핑계도 적당히 대라고!”

 “그러니까 내 말은...!”


 카이바는 손으로 고뇌에 가득 찬 얼굴을 짚더니눈을 질끈 감고 아템을 향해 외쳤다.


 “내가 만지면 넌 임신한다고!”

 “...... ?”


 아템과 주위의 사람들은 이 사람이 무슨 농담을 하는 건지 몰라 어이없는 표정으로 카이바를 바라보았다그러자 답지 않게 상황파악을 먼저 한 죠노우치가 혼다와 함께 배를 잡고 세상이 떠나가라 웃기 시작했다아템은 팔짱을 끼고 아직까지 상황이해를 못하고 있는 카이바를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카이바 세토그는 아템의 연인이다마리가 매우 좋고돈도 많고사회적 지위도 뛰어나다하지만 이상한 부분에서 바보같은 면을 보이는 괴짜였다물론아템은 그런 그의 모습도 좋았지만이렇게까지 사랑이나 연애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남자는 처음이라는 생각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카이바뭔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일단 손을 잡으면 아기는 생기지 않아.”

 “내가 무슨 착각을 한다는 거냐.”

 “임신이고 뭐고애초에 나는 남자인데 말이지.”

 “.......”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 카이바의 표정에 아템은 포기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고작 그런 이유였던건가답지 않게 초조해했던 자신이 한심해졌다.


 “그럼 손잡아도 괜찮은 거냐?”

 “.”

 “포옹이나... 그런 건?”

 “완전 괜찮은 게 당연하잖아.”

 “... 그럼이제 참지 않아도 되겠군.”


 고개를 끄덕인 카이바는 성큼 아템의 앞으로 다가가더니아템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진하게 입을 맞췄다느닷없는 공격에 아템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비가 그치고 햇살이 드리워져 그 둘을 비추었다봄이 다가오고 있다.





End


--


빠가인 사장님이 너무 귀엽다

'2 > 유희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미진] 최악의 룸메이트  (0) 2015.06.20
[숙주안예] 악의없는 사랑  (0) 2015.06.20
[마리마리] 광기  (0) 2015.06.20
[야미진] 깨달음  (0) 2015.06.19
  

[마리마리] 광기

Posted by 2/유희왕 : 2015. 6. 20. 12:08

* 잔인합니다. 주의. 카니발리즘소재 있음.

* 보컬로이드 '광기' 소재 따왔습니다.


 그곳은 매우 깨끗한 곳이었다얼룩하나 묻어있지 않은 새하얀 벽과 바닥과 천장은 너무나도 깨끗했기에 눈을 아프게 했다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 멍한 머리가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마리크는 벽에 기대 눈을 깜박였다어느새 갈아입혀진 흰 단벌옷은 마치 환자복을 연상시켰다창문 하나가구 하나 놓여 있지 않은 방은 혼자 있어서인지 넓게만 느껴졌다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은 모른다는 사실에 적응해버리거나 정답을 찾기를 포기하게 된다고 하던가마리크는 저항하느라 몸 이곳저곳에 난 생채기를 만지작거렸다.



*



 자신의 앞에는 철로 된 문이 있었다시간이 되면 멀리서부터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문 아래에 있는 작은 입구로 물과 먹을 것을 넣어준다그것 이외에는 다른 사람을 접할 기회도수단도 없었다방음도 철저하게 잘 되어있어서 옆방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고이곳에 자신 이외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이곳에 처음 끌려왔을 때에는세상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고 욕을 뱉어냈던 걸로 기억한다부서져라 철문을 두들기고들어오는 음식을 내치기도 했다하지만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마리크는 여기서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 한들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하였다쉽게 말해 지친 것이다.

 

 시간이 남아도는 공간 안에 있다 보니 뒤질 곳도 없는 방을 살펴봤지만 구석벽의 어중간한 높이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것 말고는 특이점이 없었다눈을 대고 들여다보았지만 자신의 방과 똑같아 보이는 흰색에 맥이 빠졌었던 걸로 기억한다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무도 없는 방일 것이다마리크는 점점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피곤했고추웠다쾌적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고 있는 이상하리만치 적막한 이 공간에 잡아먹히는 상상을 하며구석에 웅크려 눈을 감았다.


 생소한 느낌잠에서 깨어 눈을 뜨자 보이는 흰 실이 너무나도 신기해보였다한동안 밖의 사물을 접하지 않아서인가실을 건드리다 몸을 일으키자 몸 위에 얹혀져 있던 종이컵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실은 종이컵과 연결되어있었다마치 다 먹고 씨만 남은 사과처럼 꼬깃꼬깃 구겨져있는 종이컵을 펴자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형태가 되어있었다가만히 그것을 보던 마리크는-머뭇거리면서도-조심스럽게 그것을 귀에 가져다대었다빠르게 실이 당겨지는 느낌에 어깨가 흠칫하고 놀랐다아스팔트를 긁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은?”

 “......마리크네놈은?”


 그 목소리는 젊었지만엉망진창으로 손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실전화기의 건너편에 있는 사람은 마리크의 대답을 듣더니 미친 것 마냥 소리 내서 웃기 시작했다그 웃음소리는 너무나도 괴이했고 저렇게 웃다가 실신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슬슬 기분이 나빠지려 할 때 즈음뚝 멈춘 웃음소리는 자조 섞인 한숨과 함께 실전화기를 끌어당겼다마리크가 그것을 귀에 가져다 대자 망가진 목소리는 낮게 그르렁댔다.

 

 “나도 마리크.”


 아그랬구나마리크는 헛웃음을 지으며 납득했다이런 상황에서 만난 옆 사람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과 같으니웃겨서 정신이 나갈 지경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이미 미쳐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니까마리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왠지 모르게 이 상황이 슬펐다.



*



 옆방의 마리크는 그 날 이후로 매일 마리크와 실전화를 이용해 말을 주고받았다딱히 특별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리크는 항상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꺼려하였고어투도 사람으로서 그리 자연스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마리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이 워낙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외로움이 사라지는 실전화기의 시간이 내심 마음에 들었다.


 “배고프다.”


 점심을 먹고 있는 중에미약하게 들리는 건너편의 중얼거림에 마리크는 실전화기를 들었다. ‘마리크가 실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전화를 받는 것이 느껴졌다.


 “안 먹었냐아까 넣어줬잖아.”

 “....... 넌 밥 주냐난 아직.”

 “뭔 말이야.”

 “너 자면 먹을 걸?”

 “뭐먹는데?”

 “생고기.”

 “......여긴 그런 것도 주냐넌 그걸 또 먹다니미친 거 아니냐.”

 “쿡쿡... 익숙해지면야.”


 ‘마리크는 짓궂은 농담과도 같은 말을 지껄이더니 혼자 끌끌거리며 웃었다마리크는 웃을 때마다 들리는, ‘마리크의 목에서 나는 쇳소리와도 같은 부자연스러운 소리가 거슬렸다마리크는 마리크가 걱정되었다.


 “너 괜찮냐?”

 “?”

 “몸 안 좋은거 아니냐고 바보야.”

 “나를 신경 쓰지 말고 너나 죽지 마 병신아.”

 “?”

 “다음은 네 차례더라.”

 “......그게 무슨 말이야.”

 “.......”


 ‘너를 지키지 못하니까 화가 난다.’ 실전화기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를 남기고 끊어졌다실이 완전히 끊겨버려 맥없이 구멍을 비웠다.마리크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실전화기에 대고 무언가 말을 했지만 실이 끊어진 전화기는 더 이상 제기능을 할 수 없었다구멍은 어느새 다른 무언가로 막혀있었다마리크는 마리크에게 말했다벽에다 대고 외쳤다기다리겠다고자신은 절대 죽지 않을 테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그러니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고 했다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확실한 것은마리크는 혼자가 무서워졌다는 것이다.


 마리크는 사람을 원했다. ‘사람이라는 존재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격리되어 살아왔기 때문에비록 종이컵과 실 한 가닥이지만 자신의 기억에 새겨지는 다른 사람의 존재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게 마리크의 안에 새겨졌다그는 마리크에 어느 샌가 자신이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는 마리크를 갈구했고, ‘마리크’가 그런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으면서도그것을 놓지 못했다그 모든 것이 사라진 순간마리크는 이 공간에 온 이후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다 잠이 들었다.

 



-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귀를 거슬리는 날카로운 기계음과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마리크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하지만 이내 적응하여 어깨를 으쓱하고 자신의 앞에 널부러져있는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내장그 이외에 인간의 신체기관 중 일부가 섞인 것로 추정되는 고기 덩어리를 내려다보았다마리크는 맨손으로 손가락을 잡아들어마치 닭발을 뜯듯 그것을 뜯어먹었다이젠 검어져 꿀쩍하게 새어나오는 피가 양념인 것 마냥 마리크의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미 미치고도 남은 이 장소에서 마리크는 놀랄 정도로 오래 살아남아왔다이곳에 잡혀 들어온 지 연 몇 년, ‘마리크는 철저하게 식인수인으로 훈련되고 있었다주위에는 자신보다 더 괴이하게 바뀐 인간들도 있었다하반신이 동물로 바뀌는 수술을 집도한 인간이나한 몸에 두 머리를 붙인 인간이라던가왜 인간들이 이런 일을 하는 건지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지는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이곳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개발자라 칭한다는 것이다자신이 보기엔 그저 정신 나간 사람들이지만실제로 사람들을 잡아와 가두고실험한 후이 모든 개발을 집도하는 것은 이 기관의 사람들이었다.


 처음부터 인간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죽기 직전까지 먹을 것을 주지 않다가 배고픔이 극에 달했을 때 본 인육은 본능이 이성과 논리를 눌러 인육으로 보이지 않았다. ‘마리크는 본능에 따랐고그 실험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웬만한 시체를 봐도 놀라지 않게 되었다사실 그때는 먹을 수 있었다면 바퀴벌레라도 잡아먹었을 것이라 마리크는 추억했다이후로 마리크는 살아남기 위해 인육을 먹었다그들은 자신에게 인육 말고는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실험과 개발에 실패한 시체를 처리하는 역할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어디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일어나보니 목소리가 완전히 망가져있었다말할 때마다 목이 찢어지게 아파 짐승 같은 괴상한 소리밖에 낼 수 없게 되었고발음도 어려워졌다. ‘마리크는 덜컥 무서워졌다이대로 자신이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에 패닉에 빠졌다그러다 새로운 방이 배정되어개발자들을 보는 빈도가 줄어들게 되었다. ‘마리크는 그들의 얼굴을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였다.


 그곳은 깨끗한 곳이었다자신의 거동을 관찰하기 위함인지 카메라가 설치되어있었다그리고 벽에는 작은 구멍이 있었다. ‘마리크는 옆방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가슴이 벅차올랐다아직 죽지 않은 사람(‘마리크는 개발자를 인간의 존재로 인식하지 않았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그리고 그 사람은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그 녀석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마리크를 걱정했고그가 아직 인간임을 일깨워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마리크는 어느 순간부터 마리크가 실전화기를 들기만을 고대했다몇 년 동안 인간의 말을 입에 담지 않았기 때문에 마리크에게는 이 순간이 사막의 오아시스였다그는 자기 귀에 들리는 마리크의 음성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집착하게 되었다.


 ‘개발자와의 접촉은 줄었지만 끊긴 것은 아니었다그들의 곁에서 식사를 하며 마리크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마리크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그는 마리크가 자신을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지금의 자신이 마리크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은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기쁜 일이었다그래서 마리크는 자신이 개발자와 알고 지낸다는 것을 최대한 숨겼다당연히 마리크는 마리크의 코드번호를 알고 있었다. ‘마리크는 마리크가 최대한 오래 살길 원했기 때문에 개발자들의 입에서 그 번호가 영영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



 ‘마리크는 마리크를 보았다.


 ‘마리크는 서 있었지만 마리크는 쓰러져있었다.


 ‘마리크는 살아있었지만 마리크는 더 이상 숨을 쉬고 있지 않았다.


 마리크가 이렇게 생겼구나. ‘마리크가 처음 한 생각이다자신에게 시체가 넘어왔다는 것은끝을 의미한다마리크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아도 되고 배고파하지 않아도 된다.


 “.......”


 ‘마리크는 마리크의 손을 깍지껴 잡고 다른 손으로 마리크의 몸을 더듬었다복부-봉합을 제대로 하지 않은 수술입구-에서 계속되고 있는 출혈을 손으로 틀어막아 상처부분을 지혈했다혹여나 몸에 얼룩이지지 않을까피 묻은 손을 닦고 마리크의 얼굴을 매만졌다귀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마리크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심장이 아픈 것 같은 이상한 느낌에 속이 울렁거렸지만눈물은 나오지 않았다충동에 이끌려마리크의 입술을 한번 빨아보았다.온기가 빠져있는 푸석푸석한 껍질을 맛보았음에도 더욱 하고 싶다는 모순적인 생각이 웃겨 마리크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너의 몸이 폐기장으로 버려지지 않게 해줄게 마리크.”


 ‘마리크는 마리크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었다하지만 자신이 안고 있는 이 몸이 다른 시체들과 함께 시체들의 산에 파묻히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조금만 더조금만 더 이대로 있다가다리부터 먹자.

 

 ‘마리크는 사라져가는 마리크의 온기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 그의 목에 코를 묻고 눈을 감았다.







End

'2 > 유희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미진] 최악의 룸메이트  (0) 2015.06.20
[숙주안예] 악의없는 사랑  (0) 2015.06.20
[카이야미] 봄비  (0) 2015.06.20
[야미진] 깨달음  (0) 2015.06.19
  

[야미진] 깨달음

Posted by 2/유희왕 : 2015. 6. 19. 17:12

 아이보에게서 떨어졌다이것이 아템이 처음으로 자각한 생각이었다언제부터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유우기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온벚꽃잎을 담은 바람 한자락이 아템의 볼을 스쳤을 때 였을 것이라고 아템은 추측했다유우기는 자고 있었기 때문에아템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나 침대에서 창문까지 유우기의 방을 가로질러 자신의 다리로 걸어간 후열린 창문을 닫았다순수하게 아이보를 걱정해서 한 행동이었지만그 때 아템은 자신의 상황을 직시할 수 있었다원인은 불명평온한 표정을 띄며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유우기를 내려다보는 아템의 동공은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손을 뻗어 자신과 닮은 앞머리를 쓸어본다자신의 손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아이보의 온기라는 것을 눈치챘을 때아템은 떨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코와 입을 쓸었다아템은 당황했다.


 “...... 아이보.”

 “.......”


 이름을 불러도몸을 흔들어보아도 유우기는 깨지 않았다몸이 두 개로 나눠졌을 때를 상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정작 현실로 다가오자 아템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자유의 몸이 된 것은-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따라올 지도 모르지만-솔직하게 기쁘다하지만 유우기가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으리라는 불길한 예감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확실한 것은자신이 자유의 몸이 된 것보다 유우기의 안위가 더 소중하다는 것이었다그래서 아템은 새벽이 올 때까지 유우기의 곁에서 떨어질 수 없었다그렇게 아침이 돌아왔다아침햇살이 따스하게 방 안에 드리우자아템은 거부할 수 없는 현기증에 눈을 감았다.

 

 아템이 눈을 뜬 곳은 항상 자신이 있었던 마음의 방이었다익숙한 곳아템은 의자에 앉아 온몸의 긴장을 풀고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한숨에는 일말의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알람소리에 눈을 뜬 유우기는 평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그저 그에게 한 가지 거북한 점은또 하나의 자신이 평소와는 다르게 어딘가 시끄러웠던 것이다.

 

 “아이보몸은 괜찮아?”

 “괜찮아왜 그래 오늘따라?”

 “아니아무것도.......”

 “벌써 다섯 번째 같은 질문이라고무슨 일 있는 거야어제도 그런 질문 하더니.”


 아템은 대답하지 않았다유우기는 어딘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곧 자신의 현실에게로 눈을 돌렸다낮이 올 때마다 유우기의 마음의 방에서 아템은 소리없이 고민했다자신에게 닥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할지오늘 밤도 유우기의 곁에서 그를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지마음의 방에서만 존재했을 때에는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할 일도유우기와 떨어진다는 생각을 할 일도 없었겠지만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단일의 독립체로서 존재하는 달콤함을 무시하는 것은 아무리 그여도 할 수 없었다그렇게 며칠이 지나고다시 밤이 찾아왔다.

 

 “.......”


 아템은 실체가 생긴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그의 아이보는 여느 때와 같이 곤히 자고 있었다아템은 자신이 조용하게만 있으면 그 누구도 걱정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도 모른다면 한번쯤은 밖으로 나가서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매일 유우기의 곁에서 아침이 올때까지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을 반복하자실체를 가진 채 존재하고 있는 현실의 시간은 더디게 지나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아템은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쓸데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아템은 생각했다유우기의 침대 곁에 기대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던 그는 유우기를 한번 쳐다보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렇게 우물쭈물 아이보의 곁에 있는 것도이 문을 넘고 혼자서 밖에 나가는 것도 자신의 의지라는 생각에속으로 유우기에게 사과하며 문고리를 잡았다어딘가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곧 돌아올 거라며 자신을 합리화했다그렇게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문고리를 잡은 오른손에 힘을 주는데뒤에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아템은 흠칫하고 놀랐다.


 유우기의 목소리아템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다정확한 발음도 아니었다그저 지금까지 미동하나 하지 않고 숙면을 취하고 있던 자신의 아이보가 잠꼬대를 하며 말하는 가지마.’ 라는 한마디에 아템은 온몸이 굳어버렸다마치 꿈속에서 두려운 일이 있어난 것처럼누군가를 부르는 유우기는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작은 입술을 움찔대며 가지 말라고 웅얼거렸다흐르는 식은땀점점 거칠어지는 호흡떨리는 속눈썹그런 유우기를 바라보던 아템의 손아귀에서는 힘이 절로 빠져나갔다그의 몸은 움직여유우기의 침대에 걸터앉았다실체를 가진 손가락은 유우기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었고자상함을 품은 목소리는 유우기에게 속삭였다.


 “난 여기 있어 아이보안심해.”


 유우기는 몸을 뒤척였고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는 손을 잡았다그리고 다시는 가지 말라는 듯아템의 손을 꼭 쥐고 아침까지 놓지 않았다그때 아템은 깨달았다자신의 아이보와는 단 한순간이라도 떨어질 수 없었다는 것을아템은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자유를 갈망했던 것이 바로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지금은 아이보의 곁에 있어서 안심하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자신의 안위 이전에유우기가 힘들어하는 것을아템 자신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그것을 확실하게 자각하며 아템은 안정을 되찾아가는 유우기를 다독였다.


 아침이 오는 기운이 느껴지자아템은 기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본래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기 전에유우기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속삭였다.


 “네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절대로 너를 떠나지 않을게아이보,”

 

End

 


시루떡님께 드리려고 썼던 기승전 아이보.

'2 > 유희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미진] 최악의 룸메이트  (0) 2015.06.20
[숙주안예] 악의없는 사랑  (0) 2015.06.20
[카이야미] 봄비  (0) 2015.06.20
[마리마리] 광기  (0) 2015.06.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