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롤님 제이슨 드림 써왔습니다 캐붕 다분히 있을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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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이야기가 새어나간 걸까, 기억을 더듬어 봐도 짐작 가는 것이 없어 혼란스러울 뿐이었지만, 아무리 막아도 새어나가는 것이 정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입술을 앙다무는 것뿐이었다. 뒤로 묶인 두 손이 아팠고, 눈앞을 꽉 가리고 있는 안대는 얼마나 세게 묶은 건지 눈에 힘을 주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내 눈알을 터트리고 싶은거야? 라고 비아냥거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납치당해서, 알 수 없는 약품이 묻은 축축한 천이 코와 입을 막은 채 검은 봉고차로 그녀를 끌고갔다. 저항할 여력도 기력도 없는 상태로 배트맨이니 레드후드니 하는 익숙한 명칭을 흘려듣다보니 몇 대 얻어맏게 되고, 그렇게 기절한 그녀를 무뢰한들은 바닥에 눕힌 채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퀴나는 몸의 힘을 축 뺀 채 계속 기절한 척하며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오는 결론은 ‘자신은 브루스 웨인이 아니라 이 상황을 타파할 만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였지만, 그래도 희망처럼 붙들고 있는 이름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제이슨.
퀴나는 머릿속으로 가만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영화에서는 예쁜 여주인공이 이런 상황에 처해서 쓰러져 있으면, 마치 구세주마냥 그녀의 히어로가 나타나 모든 것을 ‘올바르게’만들지 않나. 역시 영화는 거짓말투성이다. 퀴나는 배꼽을 잡고 키득거리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으며 이런 생각을 한 자기 자신을 비꼬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너는 여주인공이 아니야 퀴나. 예쁘지도 않고 히어로의 짝이 될 수 있을정도로 희생적이고 정의롭지도 않잖아. 게다가 제이슨도 히어로가 아니라고. 그 남자는 모든 걸 ’올바르게‘만들기는커녕 ’헤집고 폭발시키는‘ 만년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으니까.’
퀴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녀의 콧김에 바닥에 잔뜩 쌓인 먼지가 훅 날려 춤을 추었지만 협박을 하는 건지 거래를 하는 건지 전화에 신경이 팔린 무뢰한들은 그런 그녀를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인질의 상태도 제대로 체크하지 않는 초보자들에게 잡혀버린 자기 자신이 한심해 퀴나의 어깨가 내려갔다.
‘집에 가고 싶어’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다. 사실, 히어로든 악당이든 상관 없었다. 이곳에 누군가 나타나서, 자신을 집으로 보내준다면 악마가 와도 그녀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불러 줄 수 있을 정도로 기뻐할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납치한 남자들이 전화를 끊고 수군거리는 것을 가만히 엿들었다. 울림통이 커다란 그들의 목소리는 굳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제대로 들렸다.
“그런데, 이 평범한 여자가 정말로 그 여자야? 레드 후드가 꼼짝도 못한다는 사람이라면서?”
“그래. 분명해.”
“정보의 출처는?”
“신뢰문제라 밝힐 수는 없어. 하지만 이 여자가 위험에 처하면 반드시 배트맨이나 로빈, 레드후드 중 누군가가 나타난다는 건 이미 관찰된 바가 있지. 운이 좋아도 나빠도 하나쯤은 낚을 수 있어. 이 여자는 훌륭한 미끼야. 그리고...”
“그리고?”
“레드 후드가 이 여자를 아끼는 것 같더라고.”
“흐음. 특별한 사람이라는 거군. 그렇다면 확실하겠네.”
“남자를 죽이는 건 여자라지. 언젠간 레드후드도 이 여자 때문에 죽을거야.”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는 걸까. 퀴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가 나를? 특별하게? 그 인간이? 아니,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허물없이 지내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신랄한 비판과 냉소로 머릿속이 가득찼다. 정말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부정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는 둘째치고 슬슬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 퀴나는 조금이나마 더 오래 참아보려고 입 안의 볼살을 깨물었다.
‘정말 이제 슬슬 한계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할 때, 건물의 위에서 까랑까랑한 거친 어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 왜 내가 꼼짝도 못하는 녀석을 납치한 거야? 자살을 하고 싶었다면 운이 안좋았네. 나는 지금 기분이 매우 좋지 않거든.”
챙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깨지고, 유리가 와르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퀴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무뢰한들 또한 고개를 들었다. 붉은 헬멧. 그리고 다부진 몸. 육중한 그것이 봉고차 위로 쿵 떨어지자 자동차의 지붕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우그러졌다.
“죽을 때까지 괴롭히다 죽여줄게. 너희는 나와의 약속도 어겼고, 요즘 이 근방에서 설치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거든. 초파리도 아니고 말이야.”
“다들, 에프킬라는 좋아하나?”
레드후드가 분사한 기체는 보라색 연기가 되어 이내 그곳에 있는 모든 인간을 잠재웠다. 레드후드는 깨어난 퀴나가 다시금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널부러진 남자 둘의 배를 화풀이하듯 걷어찼다.
“그녀는 지금 죽으면 안 된단 말이야. 나를 위해서.”
“.......”
“네 말대로, 그녀는 언젠가 나를 죽여야 하거든. 나를 이해하고, 그러면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란 말이다. 지금은 이리저리 겁을 먹고 있지만.”
그는 반응이 없는 한명의 온 몸에 기름을 붓고는 그의 자켓주머니에 불이 붙은 양초를 꽂았다. 매캐한 연기와 열기는 좁은 창고에 빠르게 퍼졌다.
“그러니까, 그녀가 조금 더 솔직하게 나를 대해줄 때까지 나는 죽을 수 없어. 그게 내가 죽지 않는 이유야.”
아무도 듣지 않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중얼거리며, 그는 쓰러진 퀴나를 소중하다는 듯 한손으로 안아들었다. 다른 한손으로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무뢰한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어 창고를 나섰다.
“- 뭐, 초파리들은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말해도 모르겠지.”
작게 키득인 그는 한손으로 안아든 퀴나의 몸을 한번 고쳐들어, 그녀가 몸을 자신의 가슴과 어깨에 기댈 수 있게 한 다음,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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