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라] 트라우마12

Posted by 2/페달 : 2016. 3. 29. 03:28

* 겁쟁이 페달 신카이 하야토x아라키타 야스토모

* 00화 - http://shuka7108.tistory.com/33

* 05화(R18) - http://shuka7108.tistory.com/57 /비번링크 페이지수 -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47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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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으로는 사랑한다 말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그를 떠올리면 그렇게까지 사랑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내 곁에 남아있는 몇 되지 않는 사람들 중 한명이기에 계속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는 것이다. 보이는 시야를 애써 뿌옇게 보이는 체 하며 두루뭉술하게 나 자신을 속였다. 언제부턴가 나는 그렇게 야스토모를 대하고 있었다. 나와 야스토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에게서 나온 말은 나의 이 감정을 적나라하게 끌어냈다. 내 속에 있는 것은 내가 그려왔던 것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나는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내 받아들였다. 더 이상 내 자신을 속이는 건 할 수 없었다. 나는 야스토모나 주이치의 앞에서 이전의 내 모습이 남아있다는 양 웃을 자신이 없어졌다.


 악몽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질리도록 겪다보니 익숙해지는 감이 없지 않았다. 잠이 줄어들었다. 자다 일어나면 애써 자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동이 틀 때까지 유투브를 보며 비교적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연습을 하지 않는 날은 점점 늘어났고 어느 순간 목욕을 하다보면 잡히는 살이 생겼다. 파워바도 포카리도 조금씩 멀리하게 되었다. 억지로 자전거부에 얼굴을 비추는 일도 이젠 귀찮아졌다. 자전거를 타지 않으니 조금씩 증상은 줄어들었다. 꿈에서도 무언가 매우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졌지만 전체적으로 시야가 흐렸다. 전혀 피로가 풀리지 않은 몸으로 눈을 뜨면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자연스레 생활리듬은 엉망으로 틀어졌다. , 정말, 이전의 나와는 멀어졌구나. 이불에서 쉽게 떨어지지 못하는 몸을 그대로 늘어뜨리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슬슬....... 끝낼까.”


 자전거도, 사랑도 이제 나에게는 가치가 없는 것이 되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야스토모도 이런 나의 모습을 좋아하진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전부터 나에 대한 마음이 식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 사이가 어떻게 되도 내가 불만을 가질 처지는 아니다. 마음속에 알 수 없는 갑갑함이 몽실몽실 올라왔다. 나는 베개에 얼굴을 부비며 그것을 무시했다. 야스토모도 의무감만으로 나에게 안기는 거라면 빨리 놓아주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나 정말 최악이네.”


 나는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청소년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는 순간 마치 절로 성숙하고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그 때부터 어느 것 하나 성장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변화된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관계에 대한 책임감도 신뢰도 없어진 채 받은 것은 그대로 흘려버리고 아쉬운 것만 탓하는 철없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몸은 자랐고 주위는 변했지만 정신은 아직도 하코네 학원 3학년인 신카이 하야토였다. 나는 하코네의 직선귀가 아닌 나를 용납하지 못했다. 나는 그래서 야스토모에게서 과거의 나를 찾으려 했었다. 그가 나를 대하는 것에서 예전의 내 모습을 보았다.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에게서 과거의 내모 습이 흐려지자 나는 도망쳤다.


 나에게 실망하겠지.


 멍하니 생각했지만 돌아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 깁스 풀었다.’


 야스토모에게서 문자가 왔다. 그동안 연락 하나 주고받지 않았는데. 야스토모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그리 놀랄만할 일도 아닐 텐데 나는 액정이 저절로 꺼질 때까지 멍하니 그 짧은 문장을 보고만 있었다. 야스토모의 한마디 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한결같이 올곧은 것들이었다. 그의 마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뭐라도 답장을 보내야 할 텐데. 시체처럼 누워있다 답장을 보냈다.


 ‘주이치가, 나보고 평범한 선수가 되어가고 있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이제 더 이상 하코네의 직선귀가 아니야. 네가 기다리던 직선귀가 아니야.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되지 않을 거야.’


 두어 번 머뭇거리다 전송버튼을 눌렀다. 적막이 찾아왔다.


 다음에 만났을 때, 헤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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