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적] 상호보완적 관계

Posted by 2/쿠로코의 농구 : 2015. 9. 20. 23:05

* 쿠로코의 농구의 쿠로코x아카시

* 사이코패스 AU

* 집행관 쿠로코 x 감시관 아카시

* 쿠로코가 아카시보다 연상입니다.

* 차가운 쿠로코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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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에 비해 여리고 작게만 보인 체구.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해 보이는 물색 눈동자는 아무것도 비추고 있지 않았다. ‘당신이 새로 온 감시관입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자신을 그림자라고 칭한 그는 그 이상으로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나는 그를 사용하는 입장. 그는 나에게 이용당하는 입장. 어떻게 생각하면 잔혹하기만 한 입장 차이를-집행관-쿠로코 테츠야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입 밖에 냈다. 배속당한 첫날에 처음 본 그 장면에 대해, 운이 나빴다고 주위 사람들은 말한다. 사이코패스 색상이 진흙처럼 짙은 남성이 도미네이터에 의해 처형당한다. 몸이 터지고 내장이 갈기갈기 찢어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그러졌다. 나는-처음 배속된 감시관의 입장에서-표정을 유지하는 것부터 힘이 들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스트레스에 굴복한 적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었지만, 이런 광경을 눈앞에 두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인간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쿠로코 테츠야는, 인질이 되어 범죄계수가 전염되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 지수가 200이 넘어간 여성을, 아무런 주저도 없이 도미네이터로 쏴 죽였다. 그녀의 결말은 범인과 같았다.


 “테츠야.”

 “무슨 일이십니까, 아카시군.”


 그는 나의 부름에 맞춰 뒤를 돌아보았다. 열 살이나 어린 나에게서 이름으로 불리는데도 그의 표정에서는 아무런 동요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어느 누구도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저 한 건 해결과도 같은 너무나도 일상적인 분위기로, 공안국 사무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인질.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이 사회를 즐겁게 살아가던 여성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사이코패스 색상이 매우 깨끗했던 사람이었고, 바로 내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너는, 인간이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조용히 눈을 감는 것으로 내려갔다. 인간의 기준을 벗어난 사이코패스지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집행관이 된 것이다. 머리로는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납할 수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그가 현장 경험횟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얼굴이 나답지 않게 일그러지는 것이 느껴져서, 기분이 나빴다.

 

 “키보드가 고장 났어. 안 쓰면 네 것을 주지 않을래?”

 “. 가져가세요.”


 그는 나의 말과 나의 지시에 이상할정도로 굴복했다. 나를 받아주었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나 자신도 남을 부리는 것이 훨씬 편했기에, 이 관계만으로 만족하게 되었다. 마음이 멀어진 것 같은 기분에 답답했고 그가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인 것이 어딘가 쓸쓸했지만 밀려오는 사건들에 치여 그런 감정은 잉여로 남았다. 그리고 그 날부터 테츠야와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감시관인 나의 가치는 어딘가 날아가 버린 것 같은 허무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승리는 당연히 손에 들어와야 했다. 사람의 마음을 모두 꿰뚫어 볼 수 있는 이런 세계에, 범죄라는 쓸모없는 생각을 가지는 쓰레기들에게 진다는 건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존재감이 없어 어떠한 잠입수사를 해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는 집행관으로서의 그의 능력은 점점 내가 현장에 손을 댈 필요도 없이 만들었다. 나는 머리를 썼고, 범인을 추론해 냈고, 위치를 파악해 그를 지휘했다. 그리고 테츠야는 나의 지시를 그대로 따라 사람을 사냥했다. 우리 둘은 높은 범인 검거율로 인해 공안국 안에서 꽤나 유명해졌다. 나 없이도 혼자 현장에 들어간 테츠야의 확실한 상황판단과 센스, 절제력은 동경할만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세계에 들어가선 안 돼.’. 생각이 진행될수록 뭐가 뭔지 모르게 되었다.


 “어째서 아카시군은 도미네이터를 뽑지 않나요?”

 “네가 일을 잘 하기 때문이야. 테츠야. 세부적인 지시사항은 잠입한 후 알려줄게.”


 여느 때와 같은 날. 사건해결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손등에 찬 인터넷 연결 팔찌를 바라보며 대답하는 나를 물끄러미 보던 쿠로코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드론으로 다가가 왼손으로 도미네이터를 뽑더니 비어있는 내 손에 쥐어주고선 총구를 자신의 심장으로 향했다. 묵직한 총의 느낌 끝에 확실한 고기의 감촉. 도미네이터에서 들려오는 지향성 음성에 귀가 시끄러웠지만 나보다 조금 더 큰 쿠로코가 이렇게까지 가까이 다가온 적은 없었기 때문에 사고가 잠시 멈췄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쿠로코의 물빛 눈동자는 나를 담고 있었다. [범죄계수 오버 120 형사과 등록 집행관. 미 집행대상입니다. Safety를 해제하겠습니다.] 시스템은 그가 비정상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저는 당신과 다릅니다. 아카시군.’ 테츠야는 말했다.


 “저는, 당신이 배속된 이후부터 계속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훌륭한 감시관입니다. 잠재범인 제가 돌아가고 싶은 곳이고, 그만큼 매력적인 안전장치입니다.”

 “......그게 무슨.”

 “그렇기 때문에 제 곁에 있어주세요. 아카시군. 당신만큼 저를 잘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저는 당신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


 대답을 찾기 위해 입을 다물고 찬찬히 그의 표정을 뜯어보았다. 그는 단순한 살인병기가 아니었다. 그것을 언제부턴가 조금씩 알게 되었지만 그것을 부정한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다. 서로가 다른 세계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수단으로 그를 내 상황에 맞게 이용한 것이다. 테츠야도 그것을 어렴풋이 알고 협조해 주었기 때문에, 그런 행위에 나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내 눈을 바라보며, 같이 현장에 나가는 것과, 혼자 현장에 나가는 것은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내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입 꼬리를 올렸다. 조금, 기쁘다는 기분이 들었고 그것을 빠르게 감추었다.

 

 “그럼, 갈까. 테츠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네이터를 허리에 차고 짙은 청록색 작업복을 양복 위에 입었다. 조금 가벼워진 기분으로 꽤나 오랜만인 현장을 향해 발을 옮겼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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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코의 농구 극장판 결정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