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흑] 자기 싫을 때에는

Posted by 2/쿠로코의 농구 : 2015. 9. 5. 01:50

* 쿠로코의 농구 카가미 타이가x쿠로코 테츠야


 “카가미군. 졸려요.”

 “졸리면 자.”

 “배불러서 아직 자면 안 될 것 같아요.”


 쿠로코는 소파 팔걸이에 매달려 다리를 카가미 쪽으로 뻗으며 발로 그의 엉덩이를 쿡 찔렀다. 카가미는 다른 쪽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있다 움찔하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번 째려보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른 저를 재미있게 해봐요. 집주인이면서. 손님을 지루하게 놔두면 예절에 맞지 않아요.”

 “집주인이 말할 때 자라. 쿠로코. 내일 또 연습 있잖아.”

 “.......”


 뾰루퉁하고 입술을 내밀며 카가미의 말을 그대로 씹는 쿠로코를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카가미는 이내 포기했다. 자신의 설득에 고집을 꺾을만한 남자는 아니라는 것을, 카가미는 너무나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좋을 대로 해라. 짧게 중얼거리고선 적당히 팔을 뻗어 리모컨을 집은 카가미는 TV를 켰다. 아무런 문제없이 켜져 형형색색의 화면을 비추는 TV가 그렇게까지 익숙하지는 않다. 요즘은 학교 가랴 운동하랴 운동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서 먹고 씻고 곧바로 잤기 때문에 TV를 킨 적이 없다. 그놈의 재패니즈 문화. 쿠로코의 말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집안을 시끄럽게 해본다. 늦은 밤에 하는 방송이라고는 패턴이 정해져있는 할리우드 영화나, 아줌마들이 볼만한 드라마, 강연채널 같은 밋밋한 것들뿐이었다. 손가락을 기계적으로 놀리며 채널을 돌리다 카가미는 곁눈으로 쿠로코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몸을 일으켜 TV를 바라보고 있다. 이거라도 킨 것이 정답이었나. 카가미는 쓰게 웃었다.


 “카가미군.”

 “.”


 적당히 고른 2류 개그프로를 별다른 감흥 없이 보다 들려오는 평온한 쿠로코의 음성에 카가미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카가미군은, 저 좋아요?”

 “. 싫어하는 건 아니야.”

 “그런가요.”

 “. 그건 또 왜. 그 빛이니 그림자니 파트너니 하는 이야기야?”


 두 무릎을 모으며 TV를 바라보던 쿠로코는 카가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은 쿠로코는 어느새 몸을 기울여 카가미의 팔에 기댔다. 어느새 팔에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에 카가미는 졸린 가 싶어 손을 뻗어 쿠로코의 머리칼을 살살 쓸어주었다.


 “저는 카가미군 좋아해요.”

 “?”

 “연애감정으로 좋아해요.”

 “.......” 


 TV에서 흘러나오는 패널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꽤나 컸지만, 카가미는 쿠로코의 말을 너무나 똑똑히 알아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쿠로코의 얼굴이 바로 곁에 있었으니까. 놀란 눈으로 쿠로코를 내려다보는 카가미의 눈동자가 옅게 떨렸다. 쿠로코를 쓰다듬던 손길도 뚝 멈추었다. 허공에서 길을 잃은 카가미의 손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쿠로코는 손을 들어 그것을 살며시 잡았다.


 “다시 한 번 물어볼게요. 카가미군은, 저 좋아해요?”


 진지한 눈.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 카가미는 놀라 삐걱거리며 잘 돌아가지 않는 뇌를 움직여보았다. 단편적인 생각이 뇌 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니까, 쿠로코가 뭘 물어봤더라. 카가미는 자신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런 그의 곁에 있는 쿠로코는 카가미의 답이 나올 때까지,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카가미의 손을 잡은 자신의 손을 돌려 깍지를 꼈다. 굳게 닫혔던 카가미의 입이 벌어졌다.


 “... 좋아했던 것 같아.”

 “...... 좋아했었어요?”

 “...... .”


 과거형의 대답에 쿠로코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전부터, 좋아했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것... 같아.”

 “.......”


 더듬거리며, 서툴게. 그제야 깨달은 자신의 마음을 언어로 뱉어낸 카가미는, 아무리 파트너라도 그렇지 무의식적으로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에 집까지 끌어들인 자신의 행동이 뒤늦게 후회가 되어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귀까지 붉어진 카가미의 얼굴을 바라보던 쿠로코는, 그제야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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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