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르미x슈카 연애드림입니다.

* 할로윈 특집으로 쓰는 글입니다.

* 노수님의 썰을 이용했습니다. 좋은 썰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강시 이르미 x 수녀 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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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시는 몸은 시체이지만, 스스로 움직이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며, 사용한 몸을 회복하기 위해 휴식도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르미와 함께 하는 여행은 귀신과 하는 여행이 아닌, 사람과 하는 여행이라는 착각이 들게 했다. 슈카는 그런 자신의 착각을 떨쳐내기 위해 매번 생각을 다시 했지만, 생활패턴이 비슷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와 많은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성향을 맞춰갈 수밖에 없었다.

 강시는, 이르미는, 매우 예민한 사람이었던 것 같았다. 그와 함께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지 3개월, 그를 계속 지켜본 슈카가 느낀 감상은 그러했다. 그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조절했으며, 주변 환경의 변화도 매우 잘 알아챘다. 죽어있는 사람의 사인도,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누군가의 인기척도,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의 미묘한 살기도, 이르미는 모두 눈치 챘다. 그렇기에 이르미와 같이 여행을 하는 것은 나름대로 편리했다. 둘은 사기를 당할 일도 없었고, 좀도둑에게 짐을 빼앗길 일도 없었으며, 살해를 당할 위협도 받지 않았다.

 생전에 탐정이었을까. 아니, 아무리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 하더라도 규격외의 신체능력을 가졌으니 경찰이나, 머리가 좋은 프로 운동선수였을지도 모른다. 슈카는 넌지시 그의 과거를 추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이르미는 자신의 인간이었을 적을 전혀 생각내지 못했기에, 슈카가 생각해 낸 결론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목적지조차 알 수 없는, 그저 두루뭉술한 방향만을 길잡이로 하는 여행에서는 딱 좋은 심심풀이였다.


 ‘처음에는 가파른 산맥을 그냥 가로질러서 넘으려고 하는 이르미의 고집에 여러 번 싸우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래도 서로에게 익숙해졌으니까.’


 슈카는 밤을 보내기 위해 들린 작은 마을의 여관방에 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창문 밖으로 들어오는 달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밤이 늦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창문에 걸쳐놓은 팔을 다리 쪽으로 내렸다.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은 사람의 몸이 만져졌다.


 “한가해?”


 전혀 졸리지 않는 어투로 물어오는 이르미는, 슈카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었다.


 “잔다고 하지 않았어?”


 슈카는 이르미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의 긴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인형처럼 가만히 그녀의 손길을 받던 이르미는 전혀 졸리지 않아 보이는 눈을 깜박거리다 그녀의 배 쪽으로 더욱 머리를 가져다 댔다.


 “너도 잔다며?”

 “나는 앉아선 잘 못자니까.”


 슈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르미는 그런 그녀가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니까 같이 누워서 자면 된다고 말 했을 텐데. 어째서 거절한 거야?”

 “같이 누우면 네가 나를 끌어안잖아.”

 “안 되는 거야?

 “. 안 돼.”


 아무리 이르미를 그의 고향으로 데려다 준다고 약속을 해도, 이르미는 잠을 잘 때 슈카의 무릎을 베고 자는 것을 고집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잘 때 도망가면 안 되니까.’였다. 슈카는 어이가 없었다. 자면서도 멀리서 접근하는 누군가의 살기를 눈치 채고 눈을 뜰 정도로 예민하면서,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자는 번거로운 확인을 꼭 해야 하는 건지. 여행을 시작한 초기, 적당한 마을도 없어 노숙을 자주 했을 때에는, 슈카는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잔 기억이 없다. 당연하게도, 슈카는 만성적인 피로에 완전히 녹초가 되어있었다. 그런 슈카에게는 불면증이 생겼고, 이르미는 그런 그녀의 무릎을 벨 때마다 누워서 자는 것을 권하곤 했다.


 “침대라는 편리하고 편한 도구가 있는데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네가 머리가 나쁘다는 거야.”

 “네가 내 수면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안겨서 자면 되잖아?”

 “꺼져.”


 신경질적인 슈카의 목소리에 이르미는 눈을 데록 굴렸다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네가 자는 게 좋겠어.”

 “너는?”

 “알잖아? 나는 며칠 안자도 괜찮은 거. 내 무릎 빌려줄게. .”


 이르미는 침대의 머리맡에 앉아 자신의 무릎을 두들겼다. 슈카는 성질을 낸 것과, 이르미의 수면을 빼앗은 것이 미안해 괜히 머뭇거렸다.


 “무릎을 빌려줄 필욘 없고... 그럼 나 진짜 잔다?”

 “.


 이르미가 침대에서 내려오자, 슈카는 옆으로 누워 배게에 머리를 뉘었다. 푹신한 감촉이 느껴지자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편안한 기분에 그녀는 긴 숨을 내뱉었다. 편안해 몸이 풀어지며 침대 위에 늘어지는 그녀의 몸 위로, 이르미가 이불을 덮어주었다.


 “...안 건드릴 거지?”

 “-.”


 졸음에 완전히 취한 그녀의 목소리에, 이르미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느릿하게 대답했다. 그의 거짓을 듣고도, 슈카는 대꾸할 기력이 없었기에, 기절하듯 넋을 놓아버렸다.

 

 이르미는 가만히, 잠들어있는 슈카를 바라보았다.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아마도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거겠지만)자신을 어이없어하면서도 이것저것 알려주고, 화를 내면서도 걱정해주고, 밀어내면서도 내치지 못하는 그녀의 행동은 이르미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것이었다. 어째서 생소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신선했고, 바보 같아 보이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만난 지 3개월밖에 안 됐는데.’


 3개월이라고 하더라도, 하루 종일 붙어있었기에 그렇게 짧은 시간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르미는 그것이, 어딘가 탐탁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를 더욱 속박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피곤에 다 쓰러져 가는 소녀를 앞에 한 강시는, 어딘가 그녀가 불쌍해 보여 가만히 그녀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온기 없는 이질적인 감촉에 슈카는 그의 손길을 피해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르미는 갈 곳을 잃은 손을 가만히 들고 있다가 내렸다. 무어라 정의내릴 수 없는, 어두운 소용돌이가 마음속에 생기는 것 같았지만 이내 사라졌다.


 ‘나에게는 그녀가 필요해.’

 ‘망가지면 곤란하니까.’


 이르미는 그녀의 침대 밑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머리맡에 가만히 엎드렸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그녀의 숨소리와, 숨결을 가만히 느끼고 있다가,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르미의 수면패턴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슈카가 잠을 자야하는 밤에는 잘 자지 않으며, 낮에 조금씩 쪽잠을 자기 시작했다.


 “어차피 낮에는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아.”


 그는 그렇게 핑계를 댔지만, 슈카는 그가 자신을 배려해준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아무리 인간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러면 정이 들 수밖에 없겠는걸. 슈카는 체념하며, 이르미를 한 인격체로써 대하기 시작했다.

 계절이 바뀌고, 반년이 지나고 나서, 이르미가 자신의 무릎을 베는 걸 익숙하게 느끼게 되었을 때 즈음에는,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고, 심심할 때는 서로 수다를 떨기도 하는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되었다. 일을 하는 중인데도, 슈카는 즐거웠다. 즐겁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자주 웃었다. 이르미의 검은 눈은 그런 그녀를 자주 담았다. 그는 조금씩, 조금씩, 슈카의 온기를 나눠가지기 위해 그녀의 몸을 빌렸다. 처음에는 무릎 배게, 다음에는 손, 그리고 포옹. 포옹은,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가 오가는 게 느껴질 정도의 짙은 게 아니라 그저 단순한 몸의 겹침 수준이었지만. 이르미의, 그녀를 단순히 자신을 성불시키기 위한 도구로 바라보던 생각은 묘하게 뒤집혀, 그는 그녀에게서 무언가를 갈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도, 그는 그녀에게 더욱 의지하고 집착했다.


 슈카는 넌지시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같이 지내온 강시인 이르미가 그럴 리 없다 생각했으며, 붙어버린 정을 떨어뜨리기 힘들어, 잠시 눈을 감았다. 한번 붙은 정은 자각하자 조절하기 너무나 힘들었다. 그녀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반려 동물 같은, 같은 인간은 아니지만, 서로의 사이에 무언가가 있는, 그런 관계로, 둘 사이를 정의했다.


 언젠간 헤어질 운명이리라. 언제 고향을 찾을지도 모르는데, 슈카는 지금 자신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이르미와의 거리를 다시 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밤, 슈카가 수면을 취하는 시간,

 그녀는 이르미의 품에 안겨 잠을 자게 되었다.

 


---.

 


 “.......”

 “....... 슈우.”

 “.......”

 “?”

 “.......”


 여느 때와 같이 자신의 품에 그녀를 가두고 밤을 지새우던 이르미는, 문득,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그날따라 심심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해가 뜰 때까지 시간을 보내기 따분해진 그는 그녀를 깨웠지만, 하루 종일 걸었기 때문인지 언제나처럼 완전히 지쳐버린 그녀는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가만히 누워있으면 눈앞의 풍경은 항상 같다. 이르미는 고개를 내려 품안의 슈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르미가 슈카에게 입을 맞춘 것은, 그다지, 애정이 담겨 한 행동은 아니었다.

 무표정으로 바라보던, 자신의 품 안에서 자고 있는 수녀의 입술 위로, 그저 자신의 입술을 꾹 대보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혈색이 돌지 않는 강시의 입술이 누른 수녀의 입술은 따뜻하고, 온기가 돌고 있었다. 그녀의 코에서 느껴지는 들숨날숨과, 입술의 감촉에 이르미는 가만히 있다가 혀를 내어 살아있는, 여린 살을 핥기 시작했다. 입술을 작게 핥으며, 자느라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 사이로 나오는 그녀의 숨을, 그녀의 호흡에 맞춰 찬찬히 빨아들였다. 마치 그녀의 생(), 삶을, 자신의 것으로 옮기고 싶다는 듯, 그녀는 그녀의 입술을 입술로만 물어 빨아들이며 조금 씩, 조금 씩 그녀에게 더욱 달라붙었다.


 “으음...”

 “.......”


 잠에 완전히 빠진 슈카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 하지만 호흡을 방해하는 이르미의 입맞춤에 몸은 졸음에 완전히 취해있으면서도 솔직하게 반응했다. 슈카의 미간 사이로 괴로움에 작은 주름이 생겼다. 찡그린 그녀가 고개를 돌리려고 하자, 이르미는 한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입맞춤을 피하는 것을 막았다.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등허리를 단단히 받치며, 특유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무표정으로, 계속 그녀의 숨을 받아마셨다.

 계속되는 갑갑함에 슈카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그는 그것을 찬찬히 살폈다. 슈카의 모든 반응을 지켜보고 싶다는 듯, 강시의 눈꺼풀은 단 한번도 깜박이지 않았다. 흐아, 괴로움에 슈카의 숨이 터지며 입이 벌어졌다. 이르미는 그 틈을 타 혀를 슬쩍 집어넣었다. 그녀의 잠이 깨어나지 않게 면밀히 살피며, 그는 그녀의 입술 뒤와, 입천장과, 혀 아래를 마치 고양이처럼, 은근하게, 사뿐하게 훔치고 떨어졌다.


 “.......”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입술이 범해진 수녀의 입술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한번도, 연인을 사귀어 본 적이 없다고 했었는데.’


 강시인, 이르미는, 자신에게 첫 입맞춤을 바친 그녀의 모습에, 어딘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깃털이 내리 앉는 것 같은 키스를 두어 번 더 했다.

 


 다음날 아침, 이르미는 입술이 평소보다 예민해졌다는 슈카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가, 시선을 돌렸다.


 “... 피곤해서 그런가?”

 “피곤한가보네. 인간은 가끔 그러잖아? 환절기? 같은 거?”

 “...... 그런가?”

 “.” 


 이르미는 시치미를 뚝 때며 뻔뻔하게도, 입술에 바를 꿀을 사러 가자 말하며 돈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