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휴일이다. 눈을 뜨자마자 마키시마의 뇌리를 스치는 것은 짧으면서도 강렬한 생각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천장이 자신의 집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당연하게 든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곧 곁에서 자고 있는 사람이 토도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생각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코를 스치는 향긋한 나무내음과 온천 특유의 습기가 이곳이 여관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몸 아래에서는 매트리스의 느낌이 나지 않았고 푹신한 이불과 따끈따끈한 바닥이 근육을 풀어주었다. 조금 냉기가 도는 자신의 방과는 전혀 다른 공기가 몸에서 긴장이라는 것을 앗아가는 것 같았다. 마키시마는 아무런 걱정이 담기지 않은 한숨을 조용하게 뱉어냈다. 두터운 이불 아래에 깔린 두 구의 나체가-정확히 말하면 네 개의 다리가-이리저리 얽혀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갑갑한 기분이 들었다. 긴 손을 이불 아래로 넣어 토도의 허리를 살살 만져주니 웅얼거리며 제 다리가 먼저 떨어진다. 어제 너무 집요했나. 잠시 어젯밤을 회상하려니 갑자기 목이 말랐다. 마키시마는 고개를 돌렸다. 머리맡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물 컵을 담은 쟁반이 있었다.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마키시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몸의 욕구는 솔직했다. 해도 중천인 것 같고 곧 일어나야 한다며 자신을 타이른 마키시마는 토도가 깨지 않게 자기 쪽 이불만 들추고 살며시 나가려 했다. 하지만 상체를 일으키던 마키시마는 머리카락이 뽑힐 것 같은 격통에 팔을 휘청하며 다시 베개에 머리를 박았다. 쑈옷, 하는 외마디 소리가 짧게 방 안을 울렸다.
“으음... 마키짱.......”
“......범인은 너였니.......”
마키시마의 머리를 한 움큼 잡고 있는 토도의 주먹은 아무리 건드려 봐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억지로 그를 깨우는 방법도 있겠지만 마키시마는 피곤할 토도를 이런 사소한 일로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무자비로 머리카락을 구기면, 나중에 빗질하기 힘들어지잖니.’ 마키시마는 작게 혀를 찼다. 하지만 자신의 머리칼에 코를 박으며 아기처럼 곤히 자는 토도의 모습을 보는 눈빛은 생각과는 다르게 애정을 가득 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있다가 깨우자. 마키시마는 반복되는 생각을 계속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결국 그는 토도의 입가에서 흘러나온 침이 자신의 머리칼을 적시는 것을 보고선 완벽히 머릿결을 포기하고야 말았다. 마키시마는 쓰게 웃으며 다시 이불을 자신의 몸 위에 덮었다. 팔을 들어 토도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작게 자신의 이름을 웅얼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사랑스러워 다시 눈을 감았다.
End
'2 > 페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아라] 짝사랑의 불공평함 (1) | 2015.06.23 |
---|---|
[신아라] 지도에서 너를 찾기 (0) | 2015.06.20 |
[마키오노] 작은 질투 (0) | 2015.06.19 |
[신아라] 연인다운 행동 (1) | 2015.06.19 |
[이시미도] 꽃 (0) | 2015.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