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아라키세] 첫인상과는 다르게

2015. 9. 20. 20:16

* 겁쟁이페달의 아라키타 야스토모x 쿠농의 키세 료타

* 둘다 대학생설정.

* 빗치키세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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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세 료타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가끔 편의점에 갈 때 알고 있는 여자애들 몇 명이 들고 있던 잡지 표지에 자주 올라오는 모델이라는 것과 얼굴이 누가 봐도 잘생겼다는 것뿐이었다. 사실 녀석을 실제로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키세 료타라는 사람이 실존하는지조차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른 세계의 사람이니 죽거니 살거니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을까. 고등학생 때는 저런 기집애같은 얼굴이 뭐가 좋냐고 툴툴거렸던 때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야, 같은 남자의 눈으로 봤을 때는 기생오라비라고밖에 안보이니까.


 성인이 되어서, 대학교에 들어와서 우연히 만난 키세 료타는 이전에 했던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해주었다. 뭐야. 이건 예쁘게 생긴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빛나는 얼굴이잖아! 반짝이 풀이라도 쳐 바르고 나왔나! 기분 나빠! 라고 쏘아 붙이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가 사그러들었다. 얼굴은 그랬지만 키세의 몸은 꽤나 남자다웠고, 농구를 했다는 것도 있어서 그런지 키도 더럽게 컸기 때문이었다. 키가 몇이라고 그랬지. 189? 미쳤네. 일본인이냐. 동기의 후배라는 소개로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키세는 나를 보자마자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녕하세요! 선배한테 이야기는 들었지만, 진짜 못생겼네요! 인간적으로.”


 녀석을 처음 만나자마자 들은 한마디는 불쾌감과 함께 마음속에 팍 박혀 들어왔다.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야. 버럭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나는 표정관리를 애써 하지 않고선 술을 주문해 퍼마시기 시작했다. 동기를 죽일 듯 노려보자 손을 절래절래 저으며 사과를 받긴 했지만. 역시 다른 세계의 사람이고, 상종하기도 싫은 사람이다. 하는 생각에 나는 얼른 먹고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아라키타씨도 저처럼 스포츠부라고 들었는데 뭐 하고 있음까?”

 “어엉? 로드레이스.”

 “헤에~ 그러고 보니 앞에 세워있었던 얇은 자전거, 아라키타씨 거임까? 멋진데요?”

 “뭐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아니, ... 별다른 의도는 없고. 스포츠 하는 남자는 다들 몸이 괜찮으니까요. 아라키타씨도 얼굴은 그렇지만 옷 테라던가 몸 선이라던가. 괜찮은데요? 키도 별로 안 작고. 제 취향임다.”


 신랄하게 하고 싶은 말 다 해놓고선 무슨 아부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 제대로 얼굴을 살펴보니, 그새 발갛게 얼굴이 물들어있었다. 뭐야, 취한건가. 묘하게 추근덕 대며 나에게 호의적으로 바뀐 키세의 반응이 웃겨 조금 말을 받아주었더니 어느새 나까지 취하게 되어 둘 다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었다. 동기는 나의 상태를 보더니 내 자전거를 자전거부 부실에 놔두고 오겠다면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세는 나와 단둘이 되자 손으로 턱을 괴고선 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한마디 툭 던졌다.


 “어라...? 아라키타씨. 왜 이렇게 잘생겨졌어요?”

 “? 뭔 개소리냐.”

 “이상하네? 아라키타씨 너무 매력적으로 보임다. 취했나봄다.”


 혀가 풀린 상태로 말하며 키세는 배시시 웃었다. 마치 휘휘 내젓는 강아지 꼬리가 보이는 것 같은 느낌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건 이쪽이 할 소리다 임마. 남자새끼가 모델인거 평소에도 홍보하고 다니지 말라고.’ 대답하자 키세는 푸흐흐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 옮길래요? 제가 살게요.”

 “뭐? 애 올 때까지 안 기다려?”

 “아라키타씨랑 더 같이 있고 싶은걸요.”


 카드를 꺼낸 키세는 너무나 당연하게 자신이 계산하고선 나를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더치페이가 편하긴 하지만, 돈 자랑을 하고 싶다니 하게 놔두는 게 나을 것 같아 내버려두었다. 쌀쌀한 밤공기가 겉옷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에 어깨를 움츠리자 나에게 기대온 녀석은 나를 끌고 편의점에서 술 몇잔을 사 모텔로 데려갔다. 따라간 나도 이상하긴 하지만, 정신이 몽롱했고 일단 따뜻한 곳이면 어디든 괜찮겠다 싶어 그대로 거부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키세는 편하게 옷가지를 풀어헤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마치 새 집에 온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둘러보다 침대에 걸터앉은 녀석은 술을 까서 앞에 있는 탁상위에 올려놓았다.


 “뭐야 너. 여기서도 마실 거냐.”

 “. 아니면 마시지 말고 바로 할 거에요?”


 달뜬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껏 많은 사람을 그런 식으로 유혹해왔다는 것이 여실히 보이는 그런 눈빛이었다. . 그쪽 과인가.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굳이 게이니 호모니 하는 것에 대한 개념도 확실히 없는 상태고. 별로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아 나는 웃고선 손을 내저었다.


 “아서라. 넌 몰라도 난 남자에게 박히고 싶지는 않거든.”

 “박히는 게 싫으면 박아도 괜찮아요. 생각보다 기분 좋을걸요? 생으로 해도 괜찮은데.”


 입은 셔츠단추를 하나씩 풀어헤치며 키세는 침대 위에서 나만을 바라보았다. 마치 먹이를 줬으면 하는 강아지처럼 간절하면서도 끈적한 눈빛이었다.


 “못생긴 사람이랑 하면 식지 않겠냐. 나한테 이런 걸 원하는 거 보니 진짜 취한 거 아니냐? .”

 “아라키타씨는 괜찮을 것 같은걸.”


 나를 올려다보며 부루퉁하게 말하는 키세의 말투에서는 이상하게도 거짓말이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진들 뭐가 달라졌을까. 이미 나와 녀석은 한계까지 취해서 아슬아슬하게 몸과 정신을 지탱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침대에 기대 나를 바라보던 키세는 뭔가 생각났다는 표정을 하더니 바지주머니를 뒤져 무언가를 꺼냈다. 매트리스 위를 동물처럼 기어와 침대 끝에 서 있는 나의 손에 쥐어주었다. 분홍색 작은 병에는 러브젤이라는 가타가나가 둥글둥글한 글씨체로 프린트 되어 있었다. 얘 진짜 뭐지. 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나는 어느새 겉옷을 벗어 바닥에 던져두고 있었다.


 “옷 벗어.”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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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멘션온 캐릭터와 두번째 멘션온 캐릭터를 커플로 이어보자 잼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