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라] 짝사랑의 불공평함
돼지가 웃었다. 녀석의 앞에는 여학생이 있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메구? 메구미? 그렇게까지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쪼그라드는 심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학생이 웃었다. 저 여자의 웃음에 돼지도 같이 웃는다. 뭐가 좋다고 웃는 거야 하나도 재미 없구만.
“야 신카이.”
“응? 왜 그래, 야스토모.”
여자를 바라보던 눈이 그대로 나를 향한다. 그것에 나의 기분은 왠지 모르게 좋아진다. 멋대로 두둥실 올라가버려 하려는 말을 까먹어버린다. 그저, 너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생각도 안하고 불러버린 것이다. 그냥, 여자와 신카이의 대화 흐름을 끊어버리고 싶었다. 그저 그것뿐이었다. 나는 둘러댔다.
“오늘 점심 뭐먹을 거냐?”
“음. 글쎄. 난 오늘 빵으로 때우려고. 너는 도시락 싸왔어?”
“돼지새끼야. 평소에 그렇게 많이 먹는데 그걸 빵으로 때운다고?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나의 타박에 녀석은 눈썹을 모으며 배시시 웃었다. 손으로 뒤통수를 긁는 그 모습이 귀여워 보여 나는 다시 한 번 타박할 기운이 쑥 빠져버렸다.
“됐으니까 이거 먹어.”
“오. 이거 뭐야? 야스토모꺼 아니야?”
“엄마가 많이 만들어서 하나 더 쌌대. 처리하기 귀찮으니까 먹어.”
“아싸. 어머님 요리 잘하시잖아. 오늘 같이 옥상 가서 먹자.”
사람 좋아 보이는 눈빛으로 웃으며 녀석은 도시락을 받아들었다. 등 뒤가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에 멋대로 올라가버리는 입 꼬리를 억지로 끌어내렸다. 곧바로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에게 눈길을 돌린 녀석은, 나의 표정 변화 따위 신경 쓰지 않겠지만 말이다. 나와 녀석의 이야기를 들은 메구는 여자 전매특허의 늘어지는 애교 섞인 소리를 내며 신카이의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오늘은 나랑 먹기로 했잖아. 그럼 다음에는 꼭 나랑 같이 먹는 거야 알았지? 아니면 하야토군 언제 시간 돼? 내가 찾아갈게! 이러저러하며 내 신경에 거슬리는 말을 내뱉으며 메구는 갖은 아양을 떨었다. 신카이는 나에게 했던 것과 매우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같이 먹을까? 오늘은 친구랑 먹을게.”
여자애는 기뻐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의 미간은 찌푸려졌다. 신카이는 그제야 나의 표정을 알아채 무슨 나쁜 일 이라도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애써 티를 내지 않았다.
돼지는 평등한 녀석이다. 천성이 착하고 거절할 줄을 모르니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는 어수룩하면서 잔인한 면이 있다. 그 면이 참으로 좋지만, 그래도 나는, 나한테만은 특별하게 대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이전부터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로드를 탈 때는, 그래도 목적지를 향해 내딛는 기분이라도 들었는데. 이건 뭐야 젠장. 목적지는 분명해 보이는데 너무 멀어. 건네는 말 하나 행동 하나 너에게 덧그릴 때마다 드는 기쁨은 잠시, 제대로 돌아오는 것이 없으니 점점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아.
짝사랑은- 불공평하다. 18살 인생 살아오면서 깨달은 한 가지 사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이 불공평함을 토로할 용기가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짜증 나는 것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