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횡성한우

[모모템] 01 - 단골집에서

2018. 7. 31. 14:02

* ㅇ7/28- 8/28 모모x 세프템 계연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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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동생과 함께 오셨네요?”

 “?”

 모모와 세프템을 맞이하는 바텐더의 첫마디에 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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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의 번견아지트 근처에 있는, 조용하고 작아 유명하지 않은 바는 초라한 외관에 비해 분위기가 좋고 술맛이 좋아 번견의 간부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 한정된 인원에게만 알려진 이 히든스팟의 주 수입원은 종종 찾아오는 모모와 도네를 포함한 단골들의 지갑이었다.

 그 장소에 대한 소문을 건너건너 알게 된 세프템은 그 가게의 위치를 묻기 위해 모모의 방문을 두들겼다. 어리게만 보이던 외견에 비해 술을 좋아한다 밝히는 세프템을 잠시 의외라는듯 바라보던 모모는 흔쾌히 그를 자신이 아끼던 공간으로 이끌었다.


 그러고보니, 헌터시험을 볼 때도 냉장고에서 맥주를 찾았었죠.’

 갈증이 났었거든. 맥주를 마시고 싶어졌는걸.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 전에 나이를 속이고 있지 않았나요? 맥주를 마셨다면 금새 성인이라는 걸 들켰을거에요.’

 맥주를 마시는 미성년이 있을 수 있지. 그리고, 나는 맥주를 마신다고 해서 성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외모인걸?


 세프템은 곁에서 걷는 그를 올려다보며,낯빛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 뻔뻔해라. 모모은 그 답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맥주를 넣어놓지 않은 게 아쉽네요.’

 정말이지.’


 세프템은 작게 투덜거리며 가게의 문을 열어주는 모모를 자연스레 지나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뒤따르는 모모를 맞는 바텐더는, 인자한 인상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였다. 낡아보이지만 고풍스러워 초라해보이지 않는 안경을 너머로 모모를 알아본 그의 눈이 인자하게 휘었다. 이어 그의 곁에 있는 세프템을 보고는 처음만나 반갑다는 듯 고개를 젠틀하게 숙였다. 바의 앞에 나란히 앉은 둘의 앞에서 유리잔을 마른 헝겊으로 닦으며 그는 처음온 세프템이 주변을 흥미로운 눈으로 둘러보는 것을 곁눈으로 지켜보았다.

 장소에 적응하기 위해 주변을 관찰하는것은 세프템의 습관 중 하나였다. 인간을 좋아하고, 인간의 장소를 좋아하기에, 무드등이 주변을 밝히고 있는 잔잔한 분위기의 이 가게를 구석부터 구석까지 들이파고 싶은 호기심을 애써 억누르며, 세프템은 모모의 옆에 얌전히 앉아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바텐더는 그를, 술집에 처음오는, 이런 장소에는 익숙하지 않은 풋내기라고 생각했다. 이제 갓 성인이 된 걸까, 사려깊은 바텐더는 그가 이 곳에서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의 긴장을 덜어주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세프템의 곁에 앉은 모모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은 새로운 분과 함께 오셨네요.”


 언제나 멋진 미소를 가지고 있는 손님. 바텐더의 말에 모모는 여느때와 같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이곳은 제가 좋아하는 곳이니까요. 마스터의 솜씨도 좋고. 분위기도 조용하고.”


 항상 마시던 것을 주문하는 모모의 대답에 바텐더는 인자하게 웃으며 셰이커를 꺼냈다. 항상 그가 주문하는 것은 달달한 맛이 주가 되는 섹스 온더 비치’. 보통 여성들이 많이 주문하는 복숭아풍미의 그 칵테일을 건장하고 우아한 그가 주문했을 때는 잠시 당황했었지만, 지금은 단 맛을 좋아하는 모모에게 바텐더는 완전히 적응된 상태였다. 평소에 만드는 레시피보다 한층 달게 만든 그 칵테일을, 모모는 너무나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다. 곁에 앉은 아이 또한 단 맛을 좋아하려나. 바텐더는 모모의 칵테일을 만들며 단발의 손님에게 어떤 칵테일을 추천해야할지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했다.


 동생분도 이곳이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바텐더의 말에 모모와 세프템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 눈을 깜박이다, 마주보는 두 손님을 바라보는 바텐더의 눈에 작은 동요가 일었다. 무언가, 심기에 거슬리는 말을 한 걸까. 긴장해 그의 어깨가 올라갔다. 세프템은 거봐.’라고 모모에게 말하고는 뾰로통해진 표정으로 턱을 굈다. 모모는 그런 그가 사랑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의 미소를 바라보는 바텐더의 얼굴에 의아함이 퍼졌다.


 제가 무슨 말 실수라도…”

 아니요. 그가 어려보이는 건 그 자신도 알고있으니까요.”


 모모는 즐겁다는 듯 대답했다.


 그는 저보다 나이가 많답니다. 직장동료에요.”


 그의 대답에 바텐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이냐는 듯 세프템을 바라봤지만 심드렁한 표정의 그는 어깨를 한번 으쓱일 뿐이었다. 바텐더는 죄송하다는 듯 웃으며, 화난 체 하는 세프템의 기분을 풀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사이가 좋은가보네요. 이렇게 숨겨진 집을 소개해주는 가 보면.”

 저도 몰랐지만, 술을 즐긴다고 하더군요. 친한 동료에게는 소개해줄 만한 곳이죠.”


 모모는 신나게 대답했다. 편한 분위기. 언제나 그에게 휘둘리기만 했지만 지금은 그를 조금은 놀릴 수 있기에 모모는 즐거웠다. 턱을 괸 채, 자신을 놀리듯 바라보는 모모를 곁눈으로 바라보던 세프템은 흥, 하고 콧김을 뿜더니 손으로 머리를 찰랑이며 바텐더에게 말했다.


 저렇게 형 놀리는 애는 제 동료 아니에요.”

 “?”


 모모와 바텐더의 표정에 물음표가 떴다. 세프템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매일 흥분해가지고 저한테 매달리는 섹파얘요. .”

 “…….”


 바텐더의 입이 떨 벌어졌다. 모모는 세프템의 말에 놀라 잠시 굳었다가, 썬텐이라도 한것처럼 얼굴이 빨갛게 익어버렸다. 모모의 입꼬리가 떨렸다. 그는 뭐라 말할 수 없을 표정을 가리기 위해 손으로 얼굴 위를 덮었다. 세프템은 그의 표정을 보고도 또 다시 입을 열었다.


 발칙하니까 오늘도 귀여워해주려구요.”

 “…….!”


 기쁘고 황홀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의 모모를 그대로 무시하며 세프템은 바 구석에 있던 메뉴판을 대충 훑어보다 탁 덮었다.


 멕켈란 12년 온더락으로.”


 위스키를 주문하는 세프템의 표정은 어느새 이 가게에 익숙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