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이르슈우&히소슈카_BLANC

이르슈우 027/히소슈카 006 - 미르키의 시선下

2018. 6. 23. 03:44

* 헌터헌터 이르미 연인드림 

* 이르미x슈카

* 저자의 독자적인 세계관 해석이 섞여있습니다.


* 히소카x슈카 우정드림글 005번과 이어집니다 : 이전글 - http://shuka7108.tistory.com/196

* 엑소시스트인 드림주와 싸우기 위해 접근한 히소카와 그걸 바라본 미르키와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르미의 이야기입니다.


*애니메이션 일상 24화의 에피소드를 패러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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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린 만년필에서 터져 나온 잉크가 끈적하게 손가락에 얽혔다. 하지만 이르미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시선을 미르키에게 고정한 채 눈을 크게 떴다. 집사는 검은 잉크가 퍼져가는 서류를 서둘러 거두고 종이에 느릿하게 고인 잉크를 조심스럽게 닦았다. 이르미는 부산스러운 그녀의 움직임 또한, 신경쓰이지 않는 다는 듯 미르키를 포인팅하고있었다. 거무스름한 살기가 방에 자욱하게 깔렸다. 미르키는 두 어깨를 움찔하고 떨었지만, 그도 조르딕가의 일원이라, 쉽게 익숙해졌다.

 그런 자신의 남동생의 표정을 바라보던 이르미는 고장난 것 같은 표정으로 눈 하나 깜박하지 않다가, 삐걱거리는 입을 열어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라고?”


 마치 자신을 혼내는 것 같은 형의 목소리. 미르키는 그것이 너무나 꺼림칙했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분노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도 적지 않은 짜증을 품고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던 형이, 별 볼 것 없는 여자한테는 저렇게나 반응을 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 슈카에게 진 것 같다는 착각을 하게 했다. 미르키는 그것이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났다. 그러니까, 슈카에게 말이다. 엉뚱한 화풀이이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미르키는 더욱 슈카를 골려주고 싶었다. ‘네가 하는 말이 만약에 거짓이라면 너를 죽이지는 않겠지만, 그와 상응되는 처벌을 내릴지도 몰라.’라는 식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형의 눈빛은 오히려 반항심을 솟구치게 할 뿐이었다.


 미르키는 마치 공원의 떠돌이 이야기꾼이라도 된 것처럼 검지를 치켜 올렸다.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문장을 내뱉었다. 말하면서도 약 5년 전에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싸구려 3류 소설 같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지만, 서브컬처를 지속해서 접한 오타쿠의 정신은 방정맞게 놀리는 입을 부추길 뿐이었다.

 

 “인사와도 같은 키스를 끝마친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지.”

 “....”

 “정원을 가볍게 산책하며 뒤뜰로 향하는 둘은 일의 힘듬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가, 슈카가!”

 “.”

 “옷을 벗었어!”


 쾅. 소리와 함께 책상의 두텁고 무거운 나무가 쩍, 쪼개졌다. 깔끔하지 않게 박살이 나버린 지저분한 단면과 함께 책상이 무너졌다. 책상위에 있던 모든 서류를 빠르게 다른 쪽 바닥으로 옮긴 집사의 빠른 몸놀림은 보이지 않을 정도였기에, 서류가 무너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미르키라고 해도 이 정도나 되는 형의 격한 반응에는 약간의 후회가 들 정도였다. 미르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르미는 초점이 보이지 않는, 격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만이 얼굴을 뒤덮어, 그의 표정을 읽을 시도조차 하고 싶지 않게 하는 표정이었다.


 “....... 잠시. 나갔다 올게.”


 이르미는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나며, 엄청난 살기를 흘려댔다. 이르미와 닮은 건지, 표정이 없는 집사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이르미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미르키는 보이지도 않는 듯이 느릿하게, 스산한 발걸음을 떼며 그를 지나쳐 방을 나섰다.

 그가 방에서 멀어지자 방에 끼인 검은 연기와도 같은 살기는 조금씩 흩어졌다. 그제야 미르키는 숨을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정말이지... 정원에 있는 둘도 눈치 챌 정도의 살기였어.”


 어처구니없다는 식으로 중얼거린 미르키는 고개를 젓고 있었지만, 이르미를 히소카가 있는 곳으로 보낸다는 자신의 목적은 이루어졌기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르키는 창문을 열어, 슈카와 히소카가 있을 거라 추정되는 곳을 눈을 게슴츠레 뜨고 주시했다가, 더 이상 신경쓰고싶지 않다는 듯 창틀에서 몸을 뗐다.


 “이르형, 두사람을 죽일까?”


 미르키는 자신의 곁에서, 아무말 없이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 집사, 블랑에게 말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녀의 빛이 없는 보랏빛의, 작은 눈동자가 미르키를 향했다. 그녀는 입을 열지 않은 채, 조르딕가의 둘째도련님을 바라보다 자신의 일에 다시 집중했다. 감정이 없는 것 같으면서 묘하게 깊은 그 눈동자에는, 이상하게 양심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조르딕의 차남인 미르키는 그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개념조차 없는 암살자였다.


 “. 죽으면 그걸로 끝나는 거겠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 그는 과자가 조금 남은 감자칩 봉지를 입 위에서 탈탈 털었다. 한입 가득 달달한 양념맛 감자칩 조각을 문 그는 시끄럽게 쩝쩝대며 방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