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헌터x헌터

[환영여단] 당신의 원한, 풀어드립니다 02上

2018. 5. 22. 22:10

*헌터x헌터 환영여단의 이야기입니다.

* 지옥소녀au

* 학교폭력, 이지메와 관련된 묘사가 나옵니다.


*1화 - http://shuka7108.tistory.com/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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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걸까. 알 수 없었다.

 아마, 체육 수행평가를 연습하느라 던졌던 농구공이 우연히 골대를 빗나가서,

 연습을 하지 않고 체육관 구석에서 놀고 있던 레이라의 머리에 명중했을 때부터이지 않을까.

 



 레이라는 목소리가 크고, 기가 세고, 화장을 좋아하고, 수업시간에 화려한 네일아트를 하거나 마스카라를 바르다가 선생님께 주의를 들어도 개의치 않는 학생이다. 그녀의 주위에는 그녀와 비슷한 옷차림에, 교복을 수선해서 입고 가방에 이름을 모를 커다란 인형들을 자랑스레 들고 다니는 아이들이 모이곤 했다. 그녀는 언제나 무리의 중심에 있었고, 반의 분위기는 그녀의 기분이 좋을 때 활기차졌으며, 그녀의 기분이 어두울 때 비에 젖은 신문지처럼 가라앉곤 했다.


 나는 목소리가 작고, 내성적이고, 반에서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일반적인 학생이었다. 체육 같이 몸을 쓰는 일은 잘 못하지만, 독서와 공부하는 것은 좋아했다. 밥을 같이 먹거나 하교를 같이 할 친구가 두어 명 정도 있는, 특징이 없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레이라가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짓궂은 말장난을 쳐서 수업의 흐름을 망칠 때도, 점심시간에 귀가 아플 정도로 깔깔거리며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을 때에도, 그다지 불평을 하지 않았다. 레이라는 반에서 제일 윗 단계에 있는, 소위 말하는 인사이더였으니까. 그녀가 반에서 그런 포지션에 있는 학생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편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와 친구들이 애써 접촉해서 분란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당연히, 그녀와 나 사이에 접점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얼굴은 알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로 1년이 지나갈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 아파!”

 “! 레이라 괜찮아?”

 “아 진짜 아프네.. 기분 개더러워.”


 그렇기에 나는 그녀가 내가 던진 농구공에 맞아 체육관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쩌렁쩌렁 욕을 뱉었을 때, 두려워서 온몸이 굳어버렸다. 욕은 잘 쓰지도 않고, 듣는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레이라가 얼굴을 찌푸리며 손으로 머리를 짚자, 그녀의 친구들이 마치 울타리처럼 그녀를 둘러쌌다. 나는 그들의 거대하고 견고한 벽을 뚫고 그녀에게 가기 두려워, 손을 모으고 그 주변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반의 모두가 레이라를 바라보았다가, 이어 나를 바라보았다. 묘하게 싸늘한 그 시선은 나를 책망하는 것 같았다.


 “뭐야 진짜 누구야?”

 “, 저기. 미안해, 내가 실수로...”

 “? 뭐야. 너야?”

 “, 정말로 미안해...”

 “아 됐어. 기분 잡쳤다 진짜.”


 레이라는 불쾌하다는 듯 작게 중얼거렸지만, 이내 괜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녀와 항상 붙어 다니는 나오는 화가 난 듯 나에게 쏘아붙였지만 이내 입을 다물었다.


 “, 너 미안하면 제대로 고개 숙이고 사과해야 할 거 아니야. 얘 잘못했으면 눈 맞았거든?”

 “됐어 나오. 일 키우지 마. 더 짜증나니까.”

 “.......”

 “아 오늘 진짜 재수 없네. 나 양호실 가서 쉴래. 선생님한테 잘 말해줘-.”

 “, 미안해...”

 “.”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체육관을 나가버렸다. 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압박감과, 두려움에 그녀가 체육관을 나갈 때까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레이라의 친구들은 나를 한번 씩 째려보고는 그녀를 쫓아 체육관을 나갔다.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소리 없이 나를 바라보던 반 친구들의 시선들이 참새가 날아가듯 흩어졌다.


 나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체육관의 그 자리에서 덩그러니 서있었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 또한 없었다.

 그 때는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상황은 어그러지고 있었다.

 


 다음날 학교에 도착해 뒷문을 열자, 방에 있는 사람 모두가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평소와 같이 왁자지껄한 반은 단숨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 안녕.”


 시선은 조용히 나를 피했다. 얼어붙을 것 같은 다리를 움직여 자리에 앉자, 어느 순간 반은 가면을 쓴 것처럼 다시 부드럽고 조금은 부산스러운 분위기가 되어있었다.


 이상했다.


 가슴께가 술렁거리며 이유 없이 초조해졌다. 왠지 모르게 나는 레이라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 같은 것의 시선은 느끼지 못한다는 듯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녀의 가래기가 있는 웃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항상 들리던 웃음소리였는데. 그날따라 머리가 아팠다.

 


⬒⬓⬔⬕

 

 

 “카나 괜찮아? 표정이 안 좋은데?”

 “..., 괜찮아.”

 “그래? 얼른 짐 싸. 같이 가자.”

 “.......”


 나는 반 친구들의 눈치를 보느라 푹 숙인 고개를 느릿하게 들었다. 마치 감정이 없는 인형을 감정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노골적으로 나를 훑는 동공 서너개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느릿하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불안해 떨리는 손을 억누르며 재빠르게 짐을 꾸렸다.


 

 무시 받는 일상이 유지되며 보름이 지났다. 2주가 넘는 짧으면서도 긴 기간 동안, 반의 모든 아이들은 나를 마치 없는 사람처럼 무시했다. 화장실에라도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면, 내 주위에 있던 아이들은 마치 모세의 기적에 흩어지는 파도처럼 나를 피했다. 나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지만, 나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도 없었다. 수업에서 진행하는 조별활동 때문에 같은 조가 된 아이들마저도, 나와의 대화를 피했다. 유일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작년에 같은 반이었다가 지금은 다른 반이 된, 제일 친한 친구뿐이었다.


 그녀에게조차 나는 나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 나의 상황을 알게 된 후, 친구마저 나를 무시하기 시작한다면 나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소위 문제 상황이라고 하는 언어적, 물리적 폭력이 없기 때문에 더욱 말할 수 없었다. 혹여나 관종이나, 허언증이 있는 아이라는 인상이 새로 생긴다면, 소문은 빠르게 퍼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혹여나, 혹시, 설마.

 누군가가 나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을까.


 캄캄한 밤을 누구의 조력도 없이 걸어 나가는 것 같은 두려움이 언제나 곁에 존재했다. 거리를 걷다가도 누군가의 잡담소리가 들리면 과도하게 신경이 쓰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나 자신을 챙기기 힘들 정도로.


 매일 매일이 피곤했다.

 

 “센류.. 카나?”

 “? ?”


 복도를 걷던 도중, 누군가의 부름에 나는 퍼뜩 주변을 둘러보았다. 뒤를 돌아보자 지난주에 새로 오신 원어민선생님이 손짓하며 나를 불렀다. 학교의 글로벌 정책 같은 것으로 이탈리아에서 모신 파크노다 선생님이었다. 우리 학년을 담당하는 선생님은 아니었지만, 몸매가 좋고 예뻐서 학교에 부임하시자마자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묘한 카리스마를 가진 그녀는 남학생들보다는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러고 보니, 레이라가 그녀를 파크짱이라고 부르며 친구들과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웬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관심의 중심에 있는 선생님이 나를 부른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복도를 지나다니던 학생들이 나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왜 부른 걸까.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의 손에는 나의 학생증이 쥐어져있었다. 아무래도 떨어뜨린 것 같았다.


 “이거, 네 학생증이니?”

 “, , 감사합니다. 파크노다 선생님...”

 “파크선생님이라 불러도 괜찮아.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는걸.”


 그녀가 건네는 학생증을 받아들자, 그녀는 싱긋 웃어주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눈을 피하자,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살폈다.


 “무슨 일 있니? 안색이 안 좋은걸.”

 “아니오, 괜찮아요. , 조금, 잠을 못자서... 공부하느라..”


 내가 둘러대자, 선생님은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


 “그러니? 기특하네. 그래도 건강은 중요하니까. 챙기는 게 좋을 거야. 혹시 고민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하러 오렴. 교무실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단다.”


 학교에 부임한지 얼마 안 된 선생님들 특유의 의욕에 찬 표정으로 파크노다 선생님은 나의 어깨를 한번 도닥여주었다. 나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짜내듯 말하고는 교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파크노다 선생님은 계속 바라보며, 안전히 가라는 듯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라..?”


 그녀에게서 도망치듯 교실로 돌아와 문을 열기 전, 나는 문뜩 의문이 들어 주머니를 뒤졌다.


 나는 학생증 집에 놔두고 안가지고 다니는데...”


 주머니에서 꺼낸 학생증은 분명히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언제 이걸 챙겼지. 없는 기억을 뒤지느라 눈을 깜박이다, 학생증 뒷면의 생소한 감촉에 그것을 뒤집어보았다. 뒷면에는 붙인 기억이 없는, 선생님께 받을 때에도 눈치 채지 못했던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그 포스트잇에는 처음 보는 웹사이트의 주소가 적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