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이르슈우&히소슈카_BLANC

이르슈우 013 - 임무 ~이해~

2017. 10. 2. 13:27

* 헌터헌터 이르미 연인드림 

* 이르미x슈카

* 청의 엑소시스트 AU가 있습니다

* 암흑대륙 스포가 조금 있습니다.

* 저자의 독자적인 세계관 해석이 섞여있습니다.

* 임무 에피소드. 이르미와 슈카가 만난지 5달이 지났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 사귀고 있지 않을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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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카가 쿠쿠르 마운틴에 떨어진 지 5개월이 넘어갔다. , 암흑대륙에 있는 악마들이 인간계로 넘어오기 시작한지 거의 반년이 되어갔다. 쿠쿠르 마운틴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악마에 대한 소란이 슬며시 물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대처를 잘 하지 못해 집단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슈카는 인간들이 악마에게 희생되는 인간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기분이 불편했다. 저들을 구하기 위해 이 세계로 왔는데 정작 하는 일이라고는 이르미의 임무를 돕고, 그를 악마들에게서 지키는 일 뿐이었다.


 ‘좀 더 앞으로 나서야 할 것 같은데.’


 고민하던 끝에 슈카는 제노에게 가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조르딕가에서, 이르미를 제외하고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상대는 제노밖에 없었다.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언제나 진지하게 들어주었고, 조르딕가에서의 그녀의 생활을 전면적으로 서포트하고 있었다. 제노의 직속집사인 카나리아또한 슈카와 많이 친해졌다. 슈카는 조르딕가안에서 자신을 똑바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기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제노에게 이야기를 했다. 여느 때처럼 진지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제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요점은...”

 “조금 더 악마를 접하여 더 많은 인간을 구하고 싶다는 거지?”

 “.”

 “흐음... 그래. 한번 나도 너에게 도움을 줄만한 일을 해보마. 너는 조금 더 조르딕가에서 생활해주지 않겠니?”

 “....? .”


 제노의 생각이 짐작조차 되지 않았던 슈카는 그저 멀뚱히 대답했다.

 슈카와의 상담 이후, 제노는 미르키에게 이야기해서 암살 쪽에 연줄을 가지고 있는 종교단체들에게 구마에 관련된 사안들을 조르딕으로 넘겨달라는 연락을 넣었다. 조르딕의 연락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슈카는 상담한 이틀 뒤부터, 개인임무를 받게 되었다.


 “주로 온화했던 사람이 흉폭하게 바뀌어 견딜 수 없다는 케이스나, 알 수 없는 괴기현상이 집안이나 거리에서 일어난다는 케이스가 많네. 네가 편한 걸로 고르면 될 거야.”


 미르키는 퉁명스러운 태도로 슈카를 대하며 모니터를 슈카에게 보내주었다.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임무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 조르딕은 정말, 여러모로 굉장하네요.”

 “. 우리 가문을 얕보면 안 된단다 아가.”

 “그러게요. 완전 편리하다.”

 “아무렴 그렇지.”


 제노는 당돌한 그녀의 말을 귀엽게 받아넘겼다. 마우스를 잡고 멍하게 스크롤을 내리던 슈카의 곁에 어느새 다가온 이르미는 어딘가 불만에 찬 표정으로 제노에게 말했다.


 “있잖아 할아버지. 그럼 얘가 임무 나갈 때는 나도 같이 가야하는 거야?”

 “흐음, 어떨까. 그렇지만 너는 내가 가라고 하든 말라고 하든 마음대로 할 거지 않으냐?”

 “그렇긴 하지만.”


 이르미의 대답에 제노는 한쪽 어깨를 으쓱였고, 슈카는 다시 리스트를 들여다보았다. 어디를 고를까. 고민하던 그녀의 어깨위에 이르미의 희멀건한 얼굴이 턱 올라왔다. 미르키도 제노도 이르미의 무의식적인 행동에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지만, 모니터에 집중하던 슈카만이 평온했다. 허리를 숙여 그녀와 리스트를 들여다보던 이르미는 자신의 접촉에 놀라지 않고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그녀의 의연한 반응에 뒤늦게 그녀를 의식하며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끼는 건지 아닌 건지, 그녀는 시선을 리스트에 고정하며 말했다.


 “같이 가자. 어차피 너도 엑소시즘 할 거라며. 조금은 선배의 엑소시즘을 보는 게 좋지 않겠어? 그래야 내 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이전처럼 나한테 대들 일도 없을 거 아냐?”


 평온한 그녀의 호흡과 목소리에 이르미는 평소처럼 대답했다.


 “네가 선배인거야?”

 “아니면 선생님이라 부를 거야? 그러면 나야 좋고.”

 “싫어. 너 약하잖아.”

 “그 말 그만하라 했지. 나도 안다니까.”

 “. 너 약하니까 내가 따라가 줄게.”

 “얼씨구.”


 숱이 많아 푹신한 그녀의 머리칼과 그의 선이 얇은 머리칼이 섞였다. 장난이 아니라 진담이었는데, 농담으로 들었는지 피식하고 웃는 그녀의 웃음에 머리칼이 살짝 흔들렸다. 간지러웠다. 하지만 떨어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르미는 내려가던 리스트 중에서 적당한 임무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거로 해. 내 임무 타겟도 저기 있으니까.”


 한 성당을 점거하고 있는 거미악마를 퇴치해달라는 의뢰였다. 이르미는 그 교회의 집사를 죽이는 임무를 받은 상태였다. 그의 말을 들은 슈카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 구석에 있는 교회는, 크기도 컸지만 넓은 지하실을 가지고 있어, 그 안에서 신도들을 교육시키는 뒷면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의 지하실에서 어느 순간부터, 작은 거미들이 들끓기 시작하더니, 점점 인간을 공격하며 급기야는 잡아먹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람들은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하거나 살충 전문 업체에 연락했지만 아무리 약을 발라도 그 거미들에게는 듣지 않는 것을 보고 이형한 공포심이 들었다고 한다.

 ‘악마다.’ 그들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구마의뢰를 받는다는 소문이 들려오던 조르딕가에 연락을 넣었다. 의뢰를 받겠다는 답이 온 것은 의뢰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와우!”


 현장을 보자마자 슈카는 욕설이 담긴 감탄사를 입 밖으로 호탕하게 뱉었다. 교회의 주변 10미터부터 이어진 얇은 거미줄은 그 중앙에 있는 건물을 매우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처럼 칭칭 감고 있었다. 드디어 일 같은 일을 하는구나, 하고 기대에 차 현장에 간 슈카는 그 심각함을 보자마자 휴직을 고려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그녀는 상쾌한 표정으로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저런 광경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평범하게 보인다고?”

 “!”


 하하. 슈카는 단숨에 대답하며 덧붙였다.


 “그래서 이 직업이 뭐같은 거야! 이걸 설명해도 다들 안 믿거든!”

 “설명할 필요 없잖아. 임무는 악마를 죽이는 거니까 주변의 인간이 어떻게 되든.”


 이르미의 반박에 슈카는 웃는 상을 하고는 그의 허리를 세게 때렸지만, 이르미는 손을 빠르게 내려 그녀의 주먹을 한손으로 받아 잡았다. 그의 악력에 오히려 그녀의 손이 아팠다. 아린 손을 털며 혀를 찬 그녀는 대답했다.


 “나는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러 온 거야. 타겟이 아닌 인간을 죽이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짐짓 진지한 그의 목소리에는 프로의식이 깔려있었다. 그런 그녀의 어른스러운 표정을 내려다보던 이르미는 마력으로 음울한 기운이 깔린 성당으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갈까?”


 이르미의 대답에 슈카는 당당하게 미소지으며 거미줄의 중앙으로 발을 옮겼다.

 

* * *

 

 “우리는 언제나 그대를 찬양하고 영원토록 그 이름을 기리 옵니다

 주여. 저희를 지켜주시고 죄를 짓지 않게 해주시옵고,

 당신께 의지하는 우리에게 당신의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주여 당신께 간청 하옵나니 우리의 바람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르미는 슈카의 아리아(영창)에 반응하여 몰려드는 작은 거미들을 그녀가 준 나이프로 단숨에 베었다. 이르미의 기술이니, 한번 베어도 수십의 거미들이 죽어나갔다. 그녀가 영창을 끝내자, 발디딜 틈 없이 복도의 바닥, , 천장을 가득 채운 수천마리의 거미들은 모조리 죽어 모래처럼 부서졌다.


 “영창은, 발동조건은 까다롭지만 한번 완성하면 편하네.”


 이르미는 단숨에 훤해진 복도를 보며 감탄했다. 성경을 덮은 슈카는 어깨와 머리위로 떨어지는 모래를 털며 대답했다.


 “. 영창이 끝나기 전까지는 모든 악마의 표적이 되지만, 공격범위도 넓고 치명적이니까. 아리아의 안전만 보장된다면 공격실패율은 0퍼센트야. 그래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너에게 성검을 준 거고. 역시 이르미야. 예상한 것 이상으로 일을 잘하는 걸?”

 “, 죽이는 건 천직이니까.”


 이르미는 자신이 든 단도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슈카의 지시로 인해 집에서 적당히 가져온 평범한 칼인데, 그녀가 만지자마자 그것은 악마를 죽일 수 있는 성검이 되었다. ‘변화계’. 그녀의 능력은 만진 사물을 성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발을 묶었던 그림자는 조작계의 넨이 아니라 그림자에 깃든 소환악마였다.


 “이 작은 거미들을 낳은 부모거미는 안에 있을 거야.”


 교회의 경당 안은 참담한 상황이었. 거미줄에 이리저리 묶인 채 기력이 빨려나가는 인간들이 무수했다. 슈카는 눈살을 찌푸리며 가져온 단도로 거미줄을 끊었다. 이르미는 멀뚱하게 사람들을 구하는 슈카를 바라보다, 다시금 복도에서 몰려오는 거미들에게 칼을 겨누었다.


 “숨어있던 애들 인가.”


 슈카가 사람들에게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 이르미는 거미들을 말살했다.


 “안 보고 있어도 굉장하네.”


 그 사이에 모든 사람들을 재빠르게 진료한 그녀는 칭찬의 의미로 그의 등을 도닥였다.


 “악마를 죽이는 실력만 보면 3급정도인걸?”

 “높은거야?”

 “나보단 낮지. 난 상2급이니까. ”

 “그거 불쾌한걸.”

 “이게 벌써부터 기어오르려고.”


 앓는 사람들을 뒤에 두고, 둘은 작은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더욱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성인남성보다 커다란 크기를 가진 악마는 복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새끼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알고 있는 부모 악마는 생각보다 훨씬 흉폭 했으며, 공격을 위해 온 사방에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그 거대한 규모에 이르미는 슈카를 바라보았다. 교를 써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생물. 그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저것을 건들여야 할지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


 “슈우. 저것의 약점은 뭐야?”


 이르미가 내려다본 슈카의 표정은,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 같았다. 매우 즐겁다는 듯 눈을 빛내며, 그녀는 대답했다.


 “.”


 그녀는 성경을 펼쳐 아리아를 외웠다. 짧은 한 구절이었다. 그 구절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거미는 푸른 피를 토하며 자리에 쓰러졌다. 이후 그것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세상을 새하얗게 덮은 거미줄 또한 기화되어 날아가 버렸다. 괴물 하나를 죽이는 데에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르미는 놀라 신기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경을 덮은 그녀는 그의 시선을 눈치 채기 전에 눈앞에 있는 사람을 먼저 눈치 챘다.

 거미줄에 가려져있던 이르미의 타겟이 실신한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 저 사람.”


 이르미는 슈카의 말에 눈을 돌리고는 ,’하고 작은 감탄사를 낸 후, 일말의 주저 없이 바늘들을 날려 그의 머리에 꽂았다. 슈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악마의 당해 약해져있는 인간에게는 동정했지만, 그의 목숨은 이미 이르미의 것이었다.

 ‘그런 약속이니까.’

 슈카는 일부러 시체에서 눈을 돌렸다.


 “그럼 돌아갈까?”

 “.”


 애써 상쾌하게 말하자, 이르미는 뭐든지 해결되었다는 산뜻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커미션 - 산개님(@San_gae)



 “슈우. 물어볼게 있어.”

 “?”


 돌아가는 중, 이르미는 계속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아까 그건 어떻게 한 거야?”

 “- 아아, 치사절이야. 모든 악마에게는 약점이 되는 성경의 구절이 있어. 아리아는 악마에 해당하는 치사절을 외워서 악마를 죽이는 영창을 하는 사람이야. 나는 아리아를 전문으로 하던 엑소시스트고.”

 “성경은 그 책인 거지?”

 “그렇지?”

 “그렇게 두꺼운 책의 모든 구절 하나하나에 해당하는 악마가 있는 거야?”

 “.”


 이르미는 계속 들던 의문을 입에 담았다.


 “그러면 그 책이 없으면 어떻게 싸워? 보고 읽지 못하면 못싸우는거야?”

 

 귀여운 질문에 슈카는 미소지으며 답했다.


 “없어도 웬만한 건 다 외우고 있어서 괜찮아. 아까 그 악마는, 이전에 죽여본 적 있는 거라 기억하고 있었어.”

 “-흐응...”


 이르미는 신기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렇게 좋아했구나. 그는 아까 그녀의 표정이 이해가 간다는 듯, 자신의 궁금증이 풀렸다는 듯.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작은 그녀의 보폭에 맞춰 느리게 걸으며, 이르미는 휴대전화를 들어 가족들에게 임무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전했다.